UX 라이팅 시작하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 바로 아는 것

 

최근 BC카드에서 내놓은 신용카드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욕설처럼 들리는 이름입니다. ‘시발(始發)카드’입니다. 욕설처럼 들리지만, 출발을 뜻하는 동음이의어를 활용하였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많이 사용하는 ‘시발비용’이라는 인터넷 용어에서 따온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홧김에 욕하면서 쓰게 되는 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게 보면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지만, 나쁘게 보면 ‘욕설이 왜 그기서 나와?’라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배구선수 김연경이 경기 도중 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은 단어도 언어유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빵’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분명 재미 측면과 마케팅적인 기대효과로 회사에서 전략으로 추진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지 고객은 알 수 없다. 고객에게 노출된 메시지 하나로 좋고 싫음이 가려진다. 메시지로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기업의 메시지가 신중하지 못했거나, 읽는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것이다. UX라이팅의 큰 틀은 여기에 있다. 메시지를 접하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메시지를 바로잡아야 한다. 단어의 어감이나 의미 하나, 글자 하나까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바로잡기가 그것이다.121쪽

고객에게 바르고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는 고객 경험 관리가 중요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카피가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무심코 사용한 단어 하나로 기본도 모르는 기업으로 찍히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고객 경험 관리가 있고 없고 일 것입니다. 정해진 기준이나 정도를 잘 그어 윤곽을 바로잡고 바른 길로 연결하는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UX 라이팅 시작하기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한 메시지 가이드
권오형 저 | 유엑스리뷰 | 2021년 09월 06일

 

‘메지’와 ‘메지’, ‘텐츠’와 ‘텐츠’, ‘스트릿’과 ‘스트리트’, ‘리스’와 ‘리스’. 두 단어 중 바른 표기의 단어는 어떤 것일까요?

오랜 기간 자주 접하다 보니 틀린 문법이나 단어조차 무의식적으로 바른 문법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등을 통해 두번 세번 확인하고 관련 관용구를 확인하는 것도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드립니다’와 ‘받을 수 있습니다, ‘배송됩니다’와 ‘도착합니다’, ‘확인하세요’와 ‘확인할 수 있어요’. 두 문장 중 고객 입장의 표현은 어떤 것 일까요?

가이드와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기준은 고객(타깃), 즉 전달 대상에 두어야 한다. 이것이 예외 표현 규칙 사전으로 따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상품을 배송했습니다’는 회사가 전달하고 싶은 말이고, 같은 의미지만, ‘상품이 도착했습니다.’는 고객에게 더 가까운 말이다. 고객이 더욱 공감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점을 바꾼 표현의 차이는 고객 중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58쪽

기업이 하고 싶은 말보다 고객 입장의 표현이 권장됩니다. 강조를 하는 것은 좋지만, 고객이 메시지를 읽을 때 피로하지 않도록 같은 단어의 중복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것도 삼가야 합니다. 주요 포인트를 너무 강압적으로 집어넣으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이런 것이 UX라이팅이라고 저자는 정의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알고, 바로 쓰고, 바로 잡는 글쓰기의 기본을 이야기 하면서 UX라이팅의 주재료인 고객 관점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각 장의 제목처럼 ‘섬세한 차이로 규칙을 따르고 진정성을 담아 고객을 향하여’ 에서 그 뜻이 드러납니다. 저자는 쿠팡과 무신사에서 대고객 메시지 가이드를 정립하는 일을 했다고 소개됩니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 탐구하며 얻은 경험을 글로 풀어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제 기업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모든 고객 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이자 열린 태도를 가진 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서는 ‘제너럴리스트’를 모든 분야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한다. 한 분야에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모든 분야를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당연한 말인 셈이다. 한 우물을 꾸준히 판 전문가도, 다양한 영역에 출중한 능력자도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경력이 된다.30쪽

상대방이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접하여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 파악을 위해 오래 생각하지 않도록,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직관적인 메시지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분야의 경험이 쌓일수록 바로 아는 경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이드만 따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흥미를 이끌어 구매나 클릭 등의 행동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좋은 메시지다. CS나 UX에서는 고객에게 혼란이나 의문 없이 명확하게 이해되고 전달되어 원하는 예상 범위에서 행동을 하게 하는 메시지가 좋은 메시지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가이드나 목적 중 어느 한 쪽에 무게가 더 쏠리기도 한다. 세운 규칙과 가이드는 지킬수록 좋지만, 너무 가이드에만 빠져 전달력을 놓쳐서는 안된다. 어떤 기준이든 예외상황이 꼭 있기 마련이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한다. 기본 가이드를 벗어난 유연이 변덕이 되지 않으려면 유연함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들을 기준화하고 정리해 규칙성과 방향성으로 잡아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정답에 가까운 메시지이다.159쪽

이 책은 고객 경험(UX)이라는 것을 글쓰기(Writing)과 접목하여 고객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는 입문서이자 개념서입니다. 메시지 전달에 필요한 맞춤법과 올바른 문장과 규칙 등 고려해야 하는 사항을 빼놓지 않고 설명합니다. 그 설명은 간결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을 상기하는 차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고객을 배려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관점을 끝까지 유지합니다.

긍정적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글 잘쓰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 고객 입장의 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먼저 필요합니다. 기업 내에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업무를 위해, 관점의 전환을 위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그 답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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