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파워

과학자에서 엔지니어로, 경영자에서 선생님으로 변신하고 바뀐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세상에 미치는 힘을 최고조로 확대했고, 추종자들에게는 온기와 교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알고리즘은 완벽하게 다듬어졌다는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나는 나를 생산성 기계로 바꾸기를 그토록 필사적으로 원했던 것인가? 왜 나는 소중한 사람들과 애정 어린 시간을 마련하는 것에 그토록 인색했는가? 왜 나는 나를 인간이 되게 하는 정수를 무시했는가?322쪽

질문을 한 사람은 리카이푸 입니다. 그는 1998년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AI 관련 1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30년 이상 AI 발전을 관찰해 왔습니다. 그런 그가 암이라는 병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거울을 가감없이 바라보는 태도를 익힌 것입니다. 기계와 인간을 구분하는 것을 포용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AI 슈퍼파워 중국, 실리콘밸리 그리고 새로운 세계 질서
리카이푸 저/박세정, 조성숙 공역 | 이콘 | 2019년 04월 03일

 

AI 역량이 아무리 놀랄 만큼 발전해도,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오직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순간의 벅찬 기분, 첫사랑에 빠진 기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 주는 친구의 따뜻한 온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느끼는 자아실현의 기분까지. 우리는 인간의 마음을 복제하기는커녕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만이 사랑을 주고받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간은 사랑을 주고 받기 원한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행동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안다.338쪽

이 책은 AI의 사고력과 인간의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서로 공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둘의 시너지를 합쳐 공존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인공지능의 힘을 마음껏 누리는 번영된 사회속에서 인간으로서 지닌 본연의 모습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책의 처음부터 꺼내지는 않습니다. 책은 미국 즉, 실리콘밸리에서 추구하는 AI의 가치와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AI 진화에 대한 내용을 비교합니다. 세상의 변화 기준에 AI가 있다고 합니다. 그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미 초강국이 될 자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풍부한 데이터, 포기를 모르는 기업가, 잘 훈련된 AI 과학자, 그리고 정부 지원이 그것입니다.

중국의 투자자, 기업가, 정부 관료가 한 가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로 작정한다면 세계를 뒤집을 만한 거대한 물결이 될 것이다. 19쪽

중국이라는 나라는 복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사이트 전체를 똑같이 복제하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복제를 뛰어넘어 중국사람의 현실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발전을 하게 되어 복제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초창기 수많은 카피캣들간의 경쟁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기업의 천편일률적인 글로벌 모델 적용에 반하여 중국이라는 문화에 맞게 현지화를 진행한 카피캣들의 시도가 실리콘밸리의 제품에 비해 틈을 벌린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왕싱의 트위터와 같은 유사 사이트나 제품들은 장애물이 아니라 주춧돌이었다. 초기 인터넷 시절의 모방 행위는 반혁신 정신으로 이어지지도 않았고 그 모방자들 역시 거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것은 더 독창적이고 현지에 맞는 테크놀로지 제품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꼭 밟고 지나가야 할 디딤돌이었다.69쪽

중국이 이처럼 AI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책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중국만의 독특하고 생동감 넘치는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O2O 사업자들은 판매자 등록, 주문 접수, 음식 배달, 결제 처리까지 모두 맡으면서 이용자들 개개인의 소비 패턴과 습관에 대한 풍부한 데이터를 축적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 우위를 얻은 것입니다. 모든 기술 혁명은 지축을 뒤흔드는 혁명이 이뤄지고 나면 무게중심은 소수의 엘리트 과학자에서 다수의 수리공 군단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수리공 군단이란 과학기술을 현실의 여러 문제에 응용할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있는 엔지니어 집단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이것이 가능한 나라 입니다. 세상은 신기원을 만들어낼 과학적 발견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머무는 현실은 AI 실행의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용카드에서 한 단계 더 개선된 것이 모바일 결제지만,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건너뛰었을 때만큼 비약적 개선은 아니다. 중국이 기존 기술에서(데스크톱 컴퓨터, 유선전화, 신용카드) 가지고 있던 약점은 이 나라가 모바일로 급혹하게 갈아타면서 오히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약진하도록 도와주는 강점이 되었다.141쪽

책은 1장부터 5장까지 중국의 AI 생태계 형성과정과 현재 AI 강국이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AI 발전과는 다른 과정에서 게임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전한 AI 기술이 이제는 인간에게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책의 후반부에서 꺼냅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두 가지 진영의 논리를 말하면서 진짜 AI 위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이야기에서 실직의 심리적 폐해는 사람들을 깊숙히 난도질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하나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평생이 걸렸던 것에 비해 알고리즘과 로봇은 빠른 시간 내에 인간보다 훌륭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AI 경제의 승자는 기계의 놀라운 힘에 경배를 바친다. 하지만 인류의 나머지에게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던져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계가 다 할 수 있다면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302쪽

저자 자신도 죽음이라는 문턱에 가서야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을 다른 편에서 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며칠 전 중국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영화에서만 봐오던 중국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중국 어딘가에 지진이 났다고 보여주는 TV속 그런 중국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을 때 휴대폰 같이 생긴 것으로 주문을 받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종이에 POS시스템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과 중국 AI 경쟁을 보면서 누가 우위라고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천 기술은 미국이 실행력은 중국이라고 대부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행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를 통해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중국이라서 가능한 것입니다.

책은 조금 두껍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에 대한 역사, 발전과정, 위기, 최종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의 필요성 까지 다룬 책으로 보자면 이 정도 페이지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에 저자의 글쓰기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AI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저도 책에 플래그를 많이 붙이게 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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