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져올 택배산업의 사소한 혁신 : 전자신문 미래포럼 (2017년 7월 5일 수요일)

AI가 가져올 택배산업의 사소한 혁신

 

김영준 스윗트래커 대표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 기반의 전자상거래가 발달된 나라 가운데 하나다. 택배가 가장 빠르게 배송되는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온라인 쇼핑, 1인 가구 증가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졌다.
그러나 택배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런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택배 1개의 평균 배송 단가는 2300원 수준이다. 이는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낮은 택배 단가는 택배 배송원의 수익 감소, 이로 인한 택배 배송원 이탈, 부족한 택배 배송원으로 인한 배송 품질 저하 등 택배 산업 전반에 걸쳐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 5월 일본 최대 택배사인 야마토가 과도한 노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27년 만에 단가를 인상하는 등 동시에 일부 과잉서비스를 철회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국내에서도 고객 감동 서비스를 선도하던 쿠팡 로켓배송이 최근 갖은 구설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물량 증가에 베팅해 온 택배업계의 치킨게임은 멀지 않아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택배업계 기술 수준으로는 기껏 오늘 안으로 도착한다거나 좀 더 나아가 2~3시간 안에 도착한다는 수준의 정보 제공만 가능하다.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고 내가 호출한 택시가 어떻게 오는지에 관한 경로를 실시간으로 불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고객에게 오차 범위가 2~3시간인 택배의 도착이 과연 얼마나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하니 고객에게 다정한 메시지를 남기고 택배를 정성껏 두 손으로 건네 드리라고 택배 배송원을 교육시키는 구시대 방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택배업계의 현실이다.
요즘 택배 배송원들이 들고 다니는 최신 스마트폰은 1985년 당시 세계 최고인 슈퍼컴퓨터 크레이-2 성능의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 거의 모든 차에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가 언제 도착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복잡한 국내 도로 환경에서 택배 배송원에게 최적의 경로는 내비게이션이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배송원이 언제 배달처에 도착할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배송원의 기존 경로 패턴과 요일·계절·날씨 등 요인으로 말미암아 바뀌는 택배 물량에 대한 상관관계를 수학 원리로 모델링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만명의 움직임을 모델링하는 것은 최신 딥러닝 기술이 아니면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만약 인공지능(AI) 학습에 의해 10분 이하의 오차로 배송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면 택배 산업과 그 연관 분야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먼저 불확실한 추측성 답변으로 클레임을 당하던 택배사 상담원의 감성 노동이 대폭 줄어들 게 될 것이다. 택배 배송원들이 수작업으로 배송 시간을 입력하고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하던 것을 시스템에서 처리함으로써 택배 배송원의 노동량 감소도 가져올 수 있다. 택배 배송원의 노동량 감소도 가져올 수 있다. 택배사는 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동량을 정량수치화, 택배 단가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회 공감대 형성도 가능해질 것이다. 또 정확한 경로 예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상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AI가 장기로는 택배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어차피 다가올 AI 시대라면 이를 잘 이용해 국내 택배 산업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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