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뇌과학의 아이러니 : 디지털타임스 디지털인문학 (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4차산업혁명과 뇌과학의 아이러니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도정은 첨단 과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뇌과학도 여기서 빠질 수 없다. 4차 산업 혁명은 인공지능에 의한 완전 자동화를 추구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창의성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창의성이 무엇인지를 잘 밝혀내고, 또 그 창의성을 증강시킬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첨단 과학적 방법은 뇌과학에서 제공될 것이다. 과거 인간의 지적 활동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마음이나 정신을 탐구했지만, 사실 마음과 정신은 실체가 없는 비 과학적 존재이다. 실로 뇌과학은 그간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또 인간의 지적 활동을 통해 인간 문화가 탄생한 것이라면, 이제 문화도 뇌과학을 통해서 설명돼야 한다. 가히 뇌과학의 전성시대다.
그런데 뇌과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진리 체계로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뇌과학이 의공학의 발전에 힘입은 뇌공명 촬영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택에 확고한 실증적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를 가능하게 했던 정신의 활동은 의공학 덕분에 이렇게 뇌세포의 생화학적 작용으로 환원되는 것을 넘어 신경세포의 자기장 현상으로 환원되는 상황에까지 도달해 있다.
인간의 문화 활동을 정신의 활동으로 파악해 이를 다시 뇌의 생화학적 작용으로 환원하고, 이를 다시 의공학적 장비를 동원해 미시물리학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에는 사실상 ‘존재는 곧 물질’이라는 형이상학이 전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입장, 즉 유물론적 환원주의가 성공하여 인간의 모든 존재활동 나아가 뇌에 대한 연구활동 자체가 두뇌에서 일어나는 물질작용의 결과이거나 부수현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역설, 즉 물질은 물질이 아니라는 역설에 빠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의 활동을 두뇌를 구성하는 물질의 작용으로 규명한다면, 그 연구자들의 학문 활동도 결국은 물질로 구성된 두뇌를 통해 수행될 것이다. 이는 뇌과학에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한다. 뇌과학자가 수행하는 두뇌에 관한 연구는 두뇌의 작동과 존재 원리를 두뇌 스스로 규명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두뇌는 궁극적으로 물질현상이다. 따라서 뇌과학은 물질이 물질의 존재원리를 스스로 규명하는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물질에 관한 과학적 입장을 근본적으로 전복시킨다. 물질이 스스로의 존재 원리를 규명 할 수 있으려면 물질 그리고 그 물질로 구성된 두뇌는 물체처럼 물리적 공간에 위치를 차지하고 외부물질과 인과작용 혹은 물리적 상호작용을 하는 존재자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이제 뇌과학은 두뇌를 연구하는 근본 시각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두뇌는 외부와 인과작용을 하는 물질체가 아니라 스스로를 문제화하고 성찰하는 활동성이다. 두뇌는 따라서 반성적 활동 원리로 탐구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두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외부 원인에 반응하는 현상이 아니라 자기를 탐구하는 반성적 활동성이 물질적으로 표현되는 현상으로 의미가 달라진다. 결국 뇌과학이 두뇌 스스로가 두뇌를 대상화해 두뇌의 존재원리를 규명한 진리로 인정받으려면, 뇌과학은 물질의 존재원리를 근본적으로 다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물질의 존재 원리가 근본적으로 잠재적 자율성으로 파악된다면, 뇌과학의 연구방향 그리고 목적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돼야 한다.
인간은 과학적 연구에서 연구의 대상이라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바로 연구 대상 영역을 설정하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뇌과학이라는 연구를 수행하는 그 인간은 그가 관찰하고 탐구하는 연구대상, 즉 두뇌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다르게 존재하기 때문에 문화적 존재다. 그리고 그 문화적 존재활동의 한 방식이 뇌과학이라는 지적 탐구활동이다. 요컨대, 문화가 두뇌의 생산물이 아니라 뇌과학이 문화라는 인간활동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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