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 한국경제 필동정담 (2017년 8월 2일 수요일)

투기과열지구

 

심윤희 논설위원

 

‘투기과열지구’라는 비일상적인 단어가 포털사이트에 넘쳐나고 있다. 정부가 오늘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담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관심이 증폭된 탓이다.
투기과열지구는 집값 안정화 정책 중 초강력 무기로 꼽힌다. 청약, 전매, 대출 등 14가지 규제를 투하하는 고강도 처방이기 때문이다. 2002년 9월 서울 전역과 일산, 남양주 등이 처음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용인 동백, 인천 송도 등 수도권이 추가 지정됐고 참여정부 들어 10·29 대책 때 지방 광역시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해제가 된 것은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2008년 11월.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렸고 2011년 12월 강남 3구도 해제되면서 9년 만에 모두 사라졌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로 축소 등 제약이 생긴다. 특히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 증여 등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가로막힌다. 그렇다보니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시장에서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규제’로 통한다. 하지만 매물 소멸로 재건축이 ‘한정판 상품’이 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6·19 대책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했으나 시장 냉각을 우려해 이 제도보다 약한 청약조정지역으로 시장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등 상승세가 꺽이지 않자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과연 집값 급등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2년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서울 집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1년 후에는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금 집값을 밀어올리는 것은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공급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다. 인기 있는 지역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욕망을 나무랄 수는 없다. 수요억제 정책을 고집하다가 정권 내내 부동산에 끌려다닌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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