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호르몬

호르몬은 대사, 행동, 수면, 기분 변화, 면역계, 투쟁, 도피를 조절하는 화학물질이라고 말합니다. 특정 장기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통해 전신에 산포되며, 특정한 수용기에만 작용하는 생체물질을 총칭하기도 합니다. 호르몬은 단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한 호르몬은 다른 호르몬들에 의존합니다. 서로 안내하고 주위를 환기하며, 때로는 흥분을 가라앉힐 때가 되었다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호르몬이라는 용어도 1905년 처음 생겼으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연구 초기에 호르몬 관련해서 ‘터무니 없는 주장’이 많이 나옵니다. 단편적인 발견만으로 획기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되면서 의사들 중에 대담한 실험을 하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돌팔이 치료법도 인기가 있었던 시기 입니다. 1930년대가 되면서 ‘진지한 과학’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측정방법도 알아내게 되고 여러가지 약들이 승인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이점이 있으면 위험도 있었던 것입니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까닭에 해결 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은 것입니다.

 


크레이지 호르몬
랜디 허터 엡스타인 저/양병찬 역 | 동녘사이언스 | 2019년 04월 05일 | 원서 : Aroused

 

이 책은 호르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체 내에 존재하는 호르몬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인간과 호르몬의 관계를 재평가 하도록 도와 줍니다. 천연물질인 호르몬도 오남용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본질을 알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1894년,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간주되는 윌리엄 오슬러는 이렇게 선언했다. “화학과 생리학을 모르는 내과의사는 방향 없이 허둥대다 질병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돌팔이 약장수가 된다.”29쪽

책은 15개의 주제를 가진 이야기를 통해 호르몬에 대한 발견, 잘못된 방향, 집념,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잘못된 상식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됩니다. 연구를 목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놀랄 따름이며, 단편적인 효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그 결과를 받아 들였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최근 들어 많이 읽었던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할 목적으로 쓰여진 책과는 다릅니다. 과학 연구를 하면서 발견을 하게 되는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생명과학에 대한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 넘는 내용이 많습니다. 단순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과는 다른 성격 같습니다. 호르몬 자체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호르몬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며, ‘살며 호흡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의 생화학에 관한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였습니다.

정신내분비학 의사 루이스 버먼은 ‘호르몬을 이용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커다란 꿈을 품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화학적으로 균형 잡힌 신체’는 잘 조절된 사회, 즉 범죄·비만·멍청함은 물론 ‘호르몬 결핍 혹은 과잉의 결과물로 간주되는 모든 특성’에서 해방된 사회와 일맥상통했다. 호르몬 전문가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했던 것이다.123쪽

책의 저자는 랜디 허터 엡스타인 입니다. 의사이면서 의학 작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의대 전속 작가이자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겸임교수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대를 다니며 역사와 사회학도 공부한 것으로 나옵니다. 저자의 이러한 경력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호르몬에 대한 역사와 사회현상을 알려주고, 의학적 정보가 더해지면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사실적입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이러한 사실을 읽기 쉽도록 하였을 것입니다. 책의 각 장을 구성하는 제목도 문학적입니다. 책이 지루하진 않는데 사전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책 읽는 것에 진도가 쉽게 나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말이죠.

“수십 년 전 과는 상황이 다르다. 호르몬요법은 더 이상 돌팔이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의사들은 주장했다. 그들은 현대 의학을 앞세워 유수의 연구소에서 화학물질을 추출하고, 성분을 측정하고, 어린이들의 호르몬 수준을 모니터링 했다. 208쪽

호르몬에 대한 내용을 읽다 보니 돌연변이 혹은 열성이라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의지 부족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못하고 생활습관이 잘못되 키가 커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잘못된 의학 지식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라는 것까지 이어집니다. 다시 말해 호르몬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알게 됩니다.

의학정보와 의학의 발자취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입니다. 단순히 호르몬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못된 발견이 그릇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간의 집념과 희망이 무리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책 제목을 원제와 다르게 ‘크레이지’ 라고 한 것에 대해 가장 적절한 제목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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