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메기효과’의 전제조건 : 디지털타임스 시론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카카오뱅크 ‘메기효과’의 전제조건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지 12일 만에 계좌수가 200만개를 넘어섰다. 출범한지 불과 2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016년 한 해 동안 시중은행들이 기록한 비대면 신규계좌 개설 건수(15만 5000개)의 13배에 달하는 고객을 유치한 셈이다.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금리조건과 사용자 편의성 등과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보편적인 장점 외에도, 42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톡 플랫폼이 카카오뱅크 가입자의 가파른 증가세에 한몫을 한 것 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고객의 급격한 증가는 선진국이나 중국에 뒤쳐져 있는 국내의 핀테크 산업에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고, 영국은 1988년, 일본은 2000년에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이미 텐센트의  ‘위뱅크’와 알리바바의 ‘마이뱅크’를 포함해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열풍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내의 핀테크 산업에  ‘메기효과(Catfish Effects)’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메기효과란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집어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로, 기업의 경쟁력을 늘리려면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경영이론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는 기대와 함께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예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고 대출 금리는 낮다. 소득증명원과 같은 서류없이 시중은행보다 대출한도를 대폭 늘린(1억5000만원) 비대면 저금리 대출상품이 고객 급증의 일등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전체 예금액에 대한 대출액의 비율)은 77% 수준이지만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에서 현금 인출이 늘어나면 예대율이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지난달 예대율이 90%를 넘어서면서 간판 대출상품을 중단했던 사례가 카카오뱅크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지난 11일 카카오뱅크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급격한 대출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경제환경의 변화로 부실채권이 증가하면 자본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보다 더 엄격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리의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할 경우 수익성의 악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시중 은행들이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 경쟁적인 금리 상품을 내 놓을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간의 격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미국에서 설립된 ‘넷뱅크’와 ‘넥스트뱅크’는 시중은행보다 공격적인 금리만으로 고객을 유치하다가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반면 2000년대에 들어와 설립된 일본의 ‘지분뱅크’와 독일의 ‘피도르뱅크’는 금리 경쟁보다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다양한 상품개발 등 서비스 전략으로 시중은행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저금리 대출과 고금리 예금을 내놓으면 고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금리의 가격경쟁력만으로 고객을 유치할 경우 유동성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로 이제 갓 태어난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고객신용분석기법으로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동시에 단순한 금리경쟁이 아닌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 경쟁으로 시중은행과의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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