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누구 일까요?

이 사람은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한번 떨어졌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시험에서도 역시 한번 떨어집니다. 대학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연구원으로 일합니다. 소규모 사업팀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업무가 주어집니다. 장사를 해야 된다는 압박에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참고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후배가 먼저 승진을 하여 상사로 오게 됩니다. 기분이 나빠 또 한번 퇴사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부하 직원에게 본인 입으로 한 말 때문에 또 한번 참고 실력을 키웁니다. 8년을 그렇게 버텼다고 합니다. 지금은 세계 일류 기업의 회장 입니다.

3년 연속 샐러리맨 연봉킹(2017년 243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권오현 회장의 이야기 입니다. 2017년 삼성 반도체가 인텔을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라섰을 때 본인의 소신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권오현 회장의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외국 유명 기업, 외국의 성공한 CEO들의 성공 이야기로 도배되는 경영서적 속에서, 국내 실정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격차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 양장 ]
권오현 저/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09월 10일

 

연구개발직을 떠나 처음 맡게 되었던 사업 부서는 퇴출 직전의 대형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개발에만 전념해왔던 저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의 나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영업 경험도 없었고 시스템 반도체 제품의 시장 경쟁력도 부족했으며 제가 가지고 있는 직급조차 낮았으니 고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는 납품 기일을 어기고 보내준 제품을 회수해서 들고 나와야 하는 수모를 겪은 적도 있습니다. 16쪽

성공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위기와 시련에 직면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극복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닥친 난관을 헤치고 미래의 동력을 얻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젊은 인재들이 성장에 필요한 덕목과 관점, 통찰과 지혜를 얻기 바란다는 것으로 책은 시작합니다.

이 책은 경영의 4대 핵심 키워드인 ‘리더’, ‘조직’, ‘전략’, ‘인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주제별로 저자가 오랜 시간 관찰하고, 시도하고, 결과를 도출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사업의 성격이나 기술적인 설명을 자세히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1장 리더 탄생과 진화

리더의 자질은 본성에 의한 영향이 3분의 1,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3분의 2쯤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진화를 통해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덕목으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을 말합니다. 이 4가지 덕목은 ‘골고루’ 갖추어야 할 전인적 자격 요건이라는 것 입니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내리는 것이고, 가장에 대한 평가는 자녀가 내립니다. 마찬가지로 상사나 보스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부하 직원들에 의해 내려집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그때 그가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먹고살수 있게 되었다”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가 진짜 훌륭한 리더인 것 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 임기에 모든 것을 해치운다in my terms do everything’는 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면 모든 구성원이 늘 짧은 호흡으로 ‘단기 성과short term performance’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65쪽

시간을 무한히 늘릴 수는 없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할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야 변화를 위한 시간 확보가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그런 전통에 익숙한 후배 임원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임원을 시킬 때 회사가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실력을 늘리라는 것이지, 일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24시간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하 직원들을 자정까지 붙들어 놓고 일을 시키고, 다음 날 새벽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임원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닙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경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80쪽

한국 경영자들은 정보에 매우 밝다고 합니다. 다만 현재 경영하는 기업의 수준에 대한 파악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습니다.

한국 경영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정보에 매우 밝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경영자들보다 부지런히 조찬 모임에 참석하고 각종 세미나에 참석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최첨단 동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4차 산업 혁명’이 몰고 올 최첨단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꿈꿉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파이널 골’에 대한 지나친 환상이 작용하고 있는 형국일 뿐입니다. 4찬 산업 혁명이 도래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모두들 초일류, 최첨단을 말하지만 정작 본인의 ‘스타팅 포인트’에 대한 점검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96쪽

 

2장 조직 원칙과 시스템

조직을 구성할 때는 먼저 조직도를 그린 다음 적임자를 찾으라고 합니다. 순서를 강조합니다. 조직도가 우선 입니다. 저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나 부서의 공통점은 모두 사일로Silo처럼 사업 부서와 인력 자원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일로 파괴를 위해서는 강력한 원칙이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일로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왕국입니다.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칩시다. 각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고독한 섬나라 왕국의 왕처럼 군립합니다. 다른 사일로와의 소통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은 왕국의 꼭대기에 독야청청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품 개발의 왕, 제조의 왕, 그리고 마케팅의 왕입니다.(중략)
제가 취하는 방식은 ‘제품 개발의 왕’을 그 사일로에서 차출해 ‘제조의 왕’ 자리에 앉혀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게 전광석화처럼 인사발령을 내버립니다. 128쪽

오퍼레이션에만 주력하는 회사에서는 단기적인 솔루션만 나온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이러한 오퍼레이션 조직에서는 ‘스타’가 탄생합니다. 그 스타는 일중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솔루션’ 이 아닌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합니다.

가끔씩 ‘경영의 신’이 등장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경우도 이와 같은 현상입니다. 물론 스타 개인은 반짝 등장해서 매일 주어지는 과제를 도맡아 해결합니다. 그러나 그 개인은 혼자서 과업을 완성하기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합니다. 혼자만 솔루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퇴근도 못 하고 휴일도 반납해야 합니다. 이런 스타 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일 처리를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점점 일중독에 빠져들어 갑니다.137쪽

평가와 보상은 ‘4P 시스템’으로 설명을 합니다.

‘성과Performance’는 간단히 말하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개인이나 부서가 매출을 올렸다면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당해 연도에 장사가 잘 된 것이 시황 덕분인지 아니면 개인이나 부서의 능력 덕분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황 덕분일 경우 반드시 ‘돈Pay’으로만 보상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록 이번 분기에 성과가 떨어졌지만 잠재적 성장 ‘역량Potential’이 있는 사람에게는 ‘승진Promotion’으로 보상해 주어야 합니다.156쪽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 부하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고 하는 것은 아까운 시간 낭비라고 합니다. 보고서 작성할 시간에 일을 하라고 합니다. 요즘은 업무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어 경영자들도 얼마든지 회사의 실적이나 업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없으면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회의의 원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의 시간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둘째,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셋째,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된 시간 내에 끝낸다.168쪽

 

3장 전략 생존과 성장

업의 본질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전략을 수립하기 전에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합니다. 상황과 방향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기 회사의 스타팅 포인트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자기 개인의 경영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현재 상태가 최고 수준인지, 중간 정도인지, 아니면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 자기 자신이 그 정확한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 냉정한 자기 성찰과 평가를 통해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합니다.178쪽

개선과 혁신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초격차를 위해서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리석은 경영자들의 특징이 또 있습니다. 마치 약물 중독자처럼 노동의 강도를 점점 높인다는 겁니다. 이런 특징의 해악은 본인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노동 강도를 점점 높여갈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합니다. 이런 경영자들은 기술과 혁신이 주도하는 시대를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202쪽

혁신만이 생존이라고 합니다. 혁신에는 기존의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저항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킨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중략) 이것도 혁신의 과정이라 받아들여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206쪽

 

4장 인재 원석과 보석

이 장은 인재의 발굴, 양성, 성장, 진화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완벽한 인재는 없다고 합니다. 적합한 인재를 찾아 성장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태도attitude라든가, 생각하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어떤 업무나 사업에 꼭 맞는 인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긍정적인 태도와 순발력 있는 사고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적재적소의 인물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제가 경험을 통해서 배운 인사의 원칙입니다.265쪽

주객이 전도된 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합니다. 올바른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는 자기 전공을 전문화하고 심화시키도록 유도하고, 중견 간부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시켜주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279쪽

 

에필로그에는 권오현 회장이 CEO 직을 내려놓은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완료하고, 조직의 미래를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분야의 급변하는 기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제가 너무 늙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출장을 가면 대부분 저의 업무 파트너들은 50대 경영자들입니다. 저보다 10살 정도 어립니다. 중국으로 출장을 가면 대부분 40대 CEO들과 일을 하게 됩니다. 저와는 무려 20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들입니다. 정신적으로는 그들과 대등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만 업무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보다 10년, 20년 더 젋은 미국과 중국의 파트너들과 업무를 수행하면서 저는 많은 부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리더십의 세대교체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삼성의 미래를 봤을 때도 새로운 시대, 더욱 진화될 초격차 전략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합니다.327쪽

책은 읽기 쉽습니다. 단숨에 읽힙니다. 사실 책은 권오현 회장이 직접 쓴 것은 아닙니다. 권오현 회장의 말을 정리한 사람은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 입니다. 2017년 봄부터 1년여 동안 권오현 회장을 단독으로 만나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고 합니다. 책에는 오롯이 권오현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만 담았다고 합니다. 그가 권오현 회장을 설득해 책을 내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자기계발서적을 읽으면 역효과가 있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성공 스토리를 따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성공 스토리를 읽는 것 만으로도 일단은 더 나아져야 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는 책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자기계발서적을 구입합니다. 이 책도 나오자 마자 구입할 대상이었습니다.

단, 이 책은 삼성 직원이 한 권씩만 사더라도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조금 지나 제가 구입한 책은 벌써 36쇄(9월 10일에 1쇄를 찍고, 9월 16일에 36쇄) 째 찍은 책 입니다. 왠지 그 대열에 끼기 싫어 책을 살까 말까 고민 했었습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외국인 저자가 쓴 경영서적 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긴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은 권오현 회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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