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서점, 다시 살아나는 서점 : 디지털타임스 디지털인문학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죽은 서점, 다시 살아나는 서점

 

조만수 충북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절대왕정 시기에 프랑스 궁정에서는 왕이 서거하면, “국왕께서 돌아가셨다. 국왕 만세!”라고 외치면서 그의 죽음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돌아가신 국왕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모순된 말이다. 왜냐하면. “만세”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표현이므로 이미 죽은 국왕에게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표현은 개인으로서의 국왕은 죽었지만, 주권자로서의 국왕권은 영원하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 모순된 표현 속에서, ‘국왕’이라는 단어 대신 ‘책’이라는 단어를 넣어보자.
“책이 죽었다. 책 만세!”
영상 매체의 득세, e-book의 등장 등으로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전통적 책이 거래되는 공간으로서의 서점 또한 사라지고 있다. 서점은 이러한 변화의 초기에는 대형화 되는 추세를 보이다가, 이제는 그 또한 인터넷 서점에게 점차 밀려나는 추세다. 책의 소멸, 서점의 소멸은 시대 변화 속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소멸이 너무도 당연시 됐던 작은 서점들이 하나 둘씩 다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책이 죽인 책. 전자책에 의해서 대체된 책은 ‘정보의 집적’으로서의 책이다. 우리 시대에 정보는 다양화되고, 그만큼 책의 종류도 늘어난다. 한 서점이 그 모든 책을 다 구비해 놓을 수는 없게 되고 이제 작은 서점들은 없어지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재고를 확보한 몇몇 대형 서점들만 남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책들을 구비할 수 있는 서점은 없기에 그 역할은 도서관으로 넘어간다. 혹은 방대한 정보는 디지털화돼 가상의 공간에 저장된다.
그런데 책은 과연 정보 저장 매체에 국한 된 효용을 갖는 것일까? 책이 정보저장 매체일 때, 책을 읽는 행위는 습득의 행위 즉 책의 정보를 독자라는 저장 장치로 다운로드하는 행위에 그치게 된다. 그런데 ‘읽다’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읽기의 대상으로서의 책이 단지 정보집적을 위한 매체에 그 용도가 국한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독서를 뜻하는 영어단어 lecture의 그리서 어원은 lego인데 그 뜻은 “모으다, 선택하다, 말하다”이다. 이는 알파벳의 철자들 중에서 하나의 단어에 쓰일 철자들을 모으고, 선택해 그것을 말하는 것, 즉 글자를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합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서점이 다시 대두하는 최근의 현상은 정보가 거래되는 장소로서의 기능 보다는 서점 자체가 하나의 읽기의 주체로 기능함을 알려준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집적하기 보다는 새롭게 등장하는 작은 서점들은 정보를 선별적으로 취합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그러므로 소형 서점들은 독자에 앞어서 먼저 읽는 존재이며, 먼저 읽어 선별한 결과를 독자들에게 조언해 주는 존재이다. ‘읽다’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read의 어원 raden이 “조언하다”,”해석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작은 서점은 미리 읽음으로서 독자에게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의 작은 서점들을 큐레이션 서점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책이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 할 때, 큐레이션 서점들은 삶의 한 방식을 제시한다. 삶에 대한 다양한 방식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서점들이 생겨날 것 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점의 읽기에 대응하는 독자의 읽기가 이뤄질 것이다. 읽다라는 단어의 우리말 어원은 ‘니르다’이다. 그러므로 읽는 것은 말하는 것이다. 죽었다는 서점들이 다시 살아나고 이처럼 다시 살아난 서점음 그 곳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해 말하는 소란스런 공간이 된다. 말들이 살아나는 공간, 서점은 그러므로 스스로 책이 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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