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헌법

우리나라 헌법을 이야기하면 아래의 두 문장을 바로 떠올릴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항과 2항입니다. 학교교육의 폐단일수도 있지만, 이 조항 만큼은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암기를 하였을 것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은 총 몇 조 몇 항으로 되어 있을까요? 궁금해 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이 법이라는 느낌만으로 두꺼운 법전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하지만 헌법은 전체 130개 조항이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A4용지 20장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4112개 단어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글에 군더더기가 없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짧은 법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법의 기본이 된다고 말합니다. 헌법은 다른 모든 법에 우선하며 우월한 지위를 가집니다.

 


주민의 헌법 국회의원 박주민의 헌법 이야기
박주민 저 | 새로운현재 | 2019년 11월 27일

 

법이라는 사회적 규칙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힘이 센 헌법, 국회가 만드는 법률, 벌률 밑의 명령과 규칙,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조례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10쪽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헌법을 제대로 한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헌법을 따로 시간내서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읽어야 하는 동기가 없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이 책은 헌법 읽기에 동기 부여를 하기 좋도록 조항 하나하나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해설하였습니다. 헌법 전문에 대한 의미, 각각의 조항이 왜 필요한지, 조항이 설명하는 내용이 뭔지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습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최근 이슈가 된 사례들을 들고 있습니다. 그냥 따라가다 보면 헌법을 한번 훑을 수 있는 구조 입니다. 쉽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는 책 홍보글이 딱 어울립니다.

이렇게 너무 쉽게 헌법을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박주민 국회의원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을 앞두고 출판 기념회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많이 출판합니다. 이 책은 그것과는 성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 저자 자신의 전공이 법학입니다. 전공을 살려 헌법을 기본 골격부터 시작하여 헌법에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를 꺼집어 냅니다.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해 설명한 글 들 중에는 공감이 가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슈를 헌법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헌법을 알고 있을 때와 모를 때 그 차이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헌법을 알면 분명 어떤 것이 옳은지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이 바로 설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어떤 일에 힘을 모아야 될지, 또 어떤 일에 분노해야 마땅한지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좋을 수 있는 플러스적인 해결 방법이 있음에도 내가 힘드니까 너도 힘들어야 한다는 식의 제로섬적인 해결 방법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내용 중에 기억하면 좋을 내용들을 옮겨봅니다.

표현 행위를 제한할 때는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표현이 명백하게 현존한 위험을 야기할 정도가 돼야 그 표현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냥 표현으로만 그치면 제한할 수 없어요. 이걸 ‘명백현존한 위험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내일 당장 지구를 명망시켜 버릴 거야.”라고 하면 처벌될까요? 지구 멸망이라니, 정말 위험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처벌되지 않습니다.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구를 명말시킬 능력이 없잖아요. “당신에게 10톤짜리 바위를 떨어뜨릴 거야.”라고 말하면요? 이것도 처벌 안 돼요. 10톤짜리 바위를 떨어뜨릴 수 없으니까요.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도 없는데 표현만으로 처벌하는 건 자유주의 국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66쪽
또 하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불법이라는 겁니다. 이때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 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에요. 상대방에게 동의를 안 받고 녹음해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통신의 비밀이 아니거든요. 나한테는 비밀이 아니잖아요. 내가 대화 참여자이기 때문에 비밀이 아니고 따라서 비밀을 침해한 게 아니라고 해석됩니다. 대화 참여자 중 한 사람이 대화를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이후 이런 녹음이 형사 사건의 증거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녹음했다고 해서 불법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헷갈리면 안 됩니다. 내가 대화 참여자일 땐 알리지 않고 녹음해도 괜찮습니다.106쪽

어떤 명목으로 세금을 걷을 건지, 세율은 어느 정도로 할 건지는 법률로 정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조세법률주의’예요. 이미 말씀드린 바 있지요. 법률이 아닌 조례로 정할 수 있나요? 없습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드는 법이라고 했죠. 예를 들어서 서울시가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서 서울시민에게 걷으려고 해요. 이게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죠. 법률이 아니면 안 되거든요.221쪽
국방부 장관(장관이기에 당연히 국무위원이죠)은 군인일까요? 아닙니다. 현역을 면한 후라야 국무위원이 된다고 헌법에 적혀 있잖아요. 국방부 장관이 되고 싶으면 군인을 그만두고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한 다음에 해야 되는 거예요. 군인 출신이긴 해도 현재 신분은 민간인입니다. 이게 문민 통치의 핵심이에요. 군대를 민간인이 통제하는 거예요.271쪽

김제동씨가 쓴 헌법 독후감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도 읽었습니다. 해당 책도 헌법 조항을 이야기 하면서 저자가 겪었던 경험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쉽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받았던 손바닥 책으로 헌법 전체를 한번 읽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던 것이 이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헌법을 읽게 되네요. 법 자체를 쉽고, 재미있고, 의미도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범학자라면 왠지 어렵게 이야기 할 것 같았는데, TV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 그대로, 그 말투로 쓴 글이라 친근감도 느껴집니다. 학교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법 강의와 비교하여 많은 차이를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네요.

한줄 한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차근차근 헌법을 읽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최근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통해 만 18세 규정을 충족하면 투표권을 갖게 된 것도 헌법 정신에 기초한 법률 개정으로 연결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계기 삼아 조금씩 알아 가면 정치가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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