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책의 가치는 가격이나 작가의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단순히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로 들립니다. 책은 우리 안에 얼어버린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카프카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책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감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감성도 어떤 책들은 읽을 때 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형의 집
헨릭 입센 저/신승미 역 | 별글 | 2018년 10월 10일

 

저자인 헨릭 입센은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시인입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평을 보면 대부분 사회적 인습이 여성의 인간적 성장과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야기로 요약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이름을 딴 ‘노라이즘’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즘을 표현한 희곡으로 소개 됩니다.

인형의 집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나이로는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어려운 때 이기도 하였습니다. 톨스토이가 《안나카레니나》 소설 첫 문장에서 이야기 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와 같은 맥락의 책이 아닌가 했던 것입니다.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177쪽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하게 보인 가정이지만 본인은 역할에 충실했을 뿐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저 ‘행복한 줄로만 알았을 뿐’이라는 말. 번역에 따라 조금 씩 다를 수 있지만 이 대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번에 별글 클래식에서 나온 파스텔톤의 책으로 다시 한번 《인형의 집》을 읽었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노라 입니다. 노라는 행복한 가정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자녀의 엄마이며 변호사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저축은행의 지점장이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라의 삶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어릴 때 친구가 찾아오고, 과거의 일과 연관된 사람이 협박을 합니다. 남편과 상의가 필요하지만, 남편은 노라의 말을 무시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편의 위선을 알게 되고, 사회의 정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노라 자신은 인형의 집에서 떠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기를 결심합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문장이 기억됩니다. 아마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의식하면서 읽어서 그럴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음, 토르발, 대답하기가 쉽지 않네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것들 모두가 혼란스럽게만 해요. 이제 보니 법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달라서 법이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여자는 죽음을 앞둔 늙은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줄 권리나 남편의 목숨을 구할 권리가 없다니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182쪽

노라가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의 위선적인 모습에 반발해 집을 나오기 결심하면서 남긴 대사입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고, 아버지를 떠난 후에는 남편의 뜻에 따라 살았던 것에 대해 주인공 노라는 반기를 듭니다. 현재 이 상황에서 여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의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결심합니다. 아마도 이 한 문장이 《인형의 집》을 패미니즘의 맥락을 유지하게 하는 대표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또 한번 도끼의 힘을 느낍니다. 책은 현재 자신의 관심사가 배경이 되어 한계와 습관, 삶의 굴레를 깨뜨려 주는 것입니다. 같은 책이라도 이렇게 읽을 때 마다 밑줄도 늘어나고, 다른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고전이 현재에도 읽히는 이유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책 50권 읽기, 100권 읽기가 목표가 아닌, 책 한권을 50번, 100번 반복해서 읽어보는 것도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고전이 여러 출판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한번 읽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또 다른 하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자의 몫입니다.

다른 문장들도 있지만 하나 더 꺼내보자면 다음의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111쪽

다음 번에 읽을 때는 사랑에 대한 관점으로 한번 읽어 보면 어떨까요?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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