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유럽에는 0층 이라는 Ground Floor가 있습니다.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한국은 1층인데, 유럽은 0층 입니다. 수학적으로 1층과 지하1층(-1층)의 차이는 2층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1층 차이입니다. 계산으로는 2층 차이지만 실제로는 0층이 없기 때문에 1층 차이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나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0의 발견 이전의 시대처럼 1층과 지하 1층 사이에 0층이 없다. 이 혁명적인 사건인 ‘0’의 발견을 우리는 너무도 무감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26쪽

수학사에서 0의 발견은 그 중요성이 자연에서의 공기와 물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0은 비할 바 없이 중요하지만, 인간에게 무척이나 익숙해져서 그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0은 자릿수 개념을 낳았고, 큰 수의 계산도 가능해 졌다고 합니다. 큰 수의 계산은 산업혁명 시대에 대량 생산에 대한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0의 발견이 곧 산업혁명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최영기 저 | 21세기북스 | 2019년 03월 11일

 

이 책은 빵을 좋아하는 수학자 최영기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가 지은 책입니다. 제목 보다는 책의 부제가 더 눈에 띕니다. 수학을 풀어나가면서 인생을 말하고, 삶의 방향을 이야기 하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한 계산의 반복, 복잡한 수식을 풀어내는 지겨운 과정만이 수학의 전부가 아니라고 합니다. 즉,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삶에 지쳐 있을 때 우리 자신에게도 위상적인 성절이 변화하도록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돌에게는 그것이 구멍이듯이, 자신의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 구멍이 무엇인지 깨달을 때 우리도 진정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50쪽

이런 식 입니다. 위상수학을 한창 꺼내놓지만 결론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인문학적인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내 인생의 x값을 찾을 수 있도록 결론을 맺는 식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수학이 추구하는 정신, 즉 감동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수학이 원래 가지고 있던 깊고 역동적인 의미의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며, 이 과정을 통해 감동을 갖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가장 큰 목표는 어떻게든지 감동을 되찾아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것과 함수 관계를 이루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삶의 방향은 놀라우리만치 달라진다. 스티브 잡스는 ‘하루하루’를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에 대응시키며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좋은 생각과 좋은 책, 좋은 부모님,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와 맺는 관계는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함수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나 자신도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함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라건대, 여러분 모두 가치 있는 것과 함수관계를 맺기 바란다.67쪽

책은 서울대학교의 유명한 강의를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3번째 책이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이 수학을 알기쉽게 이해하도록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이 강의가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책을 읽은 지금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수학의 강의가 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뭔가를 전달하는 것에 새로움이 있습니다. 총 3부로 구분하여, 삶에 수학이 들어오는 순간, 마음속 관념이 형태를 찾는 순간, 사유의 시선이 높아지는 순간으로 나눠 강의를 합니다. 이 같은 제목도 철학적입니다. 우리가 이미 배웠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으로 새로운 관점의 수학을 이야기 합니다. 수학은 일상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유명한 수학자의 생각을 통해 지식을 조금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다름과 틀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르다’는 생각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틀리다’는 생각은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어서 상대방을 비난하게 한다.
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살아오면서 판단한 용법과 상대방이 살아오면서 판단한 용법이 서로 다른 것뿐이며, 그것은 엄연히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림’은 판단을 낳지만 ‘다름’은 존중을 낳는다.99쪽

책은 전체 내용으로 보면 인문학 책에 더 가깝습니다. 즉,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것이 수학인 반면에 그 근본은 인간적이라는 뜻 같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수학 관련 책이 있습니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저, 인플루엔셜)입니다. 읽으면서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술술 읽힙니다. 그런 것으로 봐서 조금 더 일반인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포자도 읽기에 거부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수학이 쉽고 아름답다는 생각, 그 말에 공감을 100% 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은 다가간 느낌입니다.

 

  • 나는 이 일대일 대응 방법이 무한에 다가가는 유일한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면 1년 안에 있는 시간의 농도와 2년 안에 있는 시간의 농도가 같고, 또한 3년, 4년 안의 시간의 농도도 같음을 증명할 수 있다.(page 60)
  • 가령 나의 성취를 위해 노력한 결과 2만큼의 성과를 얻었다면, 그것으로 인해 2만큼 잃은 것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건강 등이 그렇다. 반대로 잃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으니 서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결국 인생은 +가 있으면 -가 있고, -가 있으면 +가 있는 제로섬sero-sum과도 같다.(page 70)
  • ‘정삼각형은 각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삼각형이다’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각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삼각형을 정삼각형이라고 부른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깊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은 ~이다’라고 표현하는 것 보다는 ‘~인 것은 ~라고 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page 93)
  • 손에 빨간 사과 하나를 들고 있다. 쟁반에는 파란 사과, 배, 당팥빵, 유리컵이 있다. 쟁반에 있는 것들 중 손에 든 사과와 같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이때 파란 사과를 고른다면 그것이 정답일까? 파란 사과를 빨간 사과와 같은 것으로 고른다면 그것은 오류일 수 있다. 같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규정하지 않는 한 파란 사과를 빨간 사과와 같다고는 할 수는 없다.
    만약 ‘같다’의 개념을 ‘같은 종류에 속하며 같은 색깔의 과일’이라고 규정한다면 답은 없다. 만약 ‘같다’의 개념을 ‘같은 종류의 과일’이라고 규정한다면 답은 파란 사과이고, 만약 ‘같다’의 개념을 그냥 ‘과일’이라고 한다면 답은 파란 사과와 배다. 또한 ‘같다’의 개념을  ‘억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답은 유리컵을 뺀 나머지 전부다.(page 108)
  • 수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수학이 추구하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수학은 보편적인 진술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별적인 상황에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것을 찾는다면 그것은 불변하는 성질일 것이다.(page 118)
  • 수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계층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수로 인해 계층 간 차이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항쟁하는 일이 독재에 항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사회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서로 좀 달라’라는 생각은 ‘우리는 차이가 많이 나’로 바뀌었다.
    숫자에 의한 차이가 두드러지면서 다양하고 소중한 다른 가치들이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서로 더 큰 숫자를 취하려다 보니 숫자들은 점점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숫자의 합이 일정한 제로섬에서는 누군가가 점점 더 작은 숫자를 취할 수밖에 없다.(page 143)
  •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것이 무너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옳은 일이라도 그것이 시행되려면 무르익는 시간이 필요하며, 결국 옳은 것은 승리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러리라 믿고 싶다.(page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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