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까 : 한국경제 전문가 포럼 (2017년 8월 8일 화요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까

 

박수용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이란 용어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차지하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인터넷상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다. 기존 화폐처럼 국가가 인정하는 은행에서 발행하는 게 아니라 은행의 중재 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발행되며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화폐다.
가상화폐는 기존 은행이 통화를 독점하면서 부과하던 높은 수수료, 해외 송금 시 여러 시스템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늦은 처리 시간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정부에서 발행량을 조절하는 일반 화폐에 비해 정해진 화폐 발행량을 제시함으로써 개인 간 거래에 중앙 기관의 간섭을 배제하고 완전한 시장 논리에 따른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신뢰도, 안정성 또한 보장돼야 한다는 조건이 존재한다. 이런 신뢰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거래내역(장부)을 보관해 악의적인 사용자 한 명이 거래내역을 조작해도 다른 모든 사용자가 조작 여부를 판단하고 민주적인 절차(합의)를 통해 이를 극복해낼수 있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개념은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기술로, 그 안에 담긴 가치는 ‘몇몇의 악한 사용자가 악의적인 행위를 해도 정직한 사용자 다수가 이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중앙통제기관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인터넷이 1990년대 이후 인류에게 정보유통의 혁명을 가져왔으나 여전히 문제가 되는 인터넷상의 신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3조원 규모 스마트시티 세우는 ‘완샹’처럼 중국, 일본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규모 투자
銀産분리 규제도 완화 못한다면 미래 없어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을 ‘가치(value)의 인터넷’이라고 명명하면서, 기존 인터넷은 ‘정보(Information)의 인터넷’으로 사용자 간 정보 교환을 쉽고 편리하게 했다면 블록체인 시대에는 신뢰가 확보된 환경 속에서 개인 자산의 거래가 쉽고 편리한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10대 기술로 선정하는 등 국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식품 및 의약품 유통, 해외 송금 등의 금융분야, 국가 간 해상 무역 등 신뢰가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가짜음식 해결책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할 예정이며, 세계 최대 해상운송기업인 머스크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사의 해상물류과정을 관리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은 관련 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정식화폐로 인정하고 이를 2020도쿄올림픽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전체 비트코인의 91%를 소비하는 중국은 해외 자본 유출의 근본인 가상화폐에는 제재를 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기업인 완샹그룹은 블록체인 연구센터를 열고 중국 내 스마트시티 구축에 약 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는 등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몇 년째 인정도 아니고 불인정도 아닌 검토상황에 머물러 있다. 또 금융부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기존 중앙집중식 전산시스템 기반의 규제들이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블록체인 분야만이 아니라 여러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얘기는 많이 하고 있다지만 정작 인터넷은행 활성화의 핵심인 은산분리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 수년째 가상화폐에 대한 공식입장조차 내놓지 못하는 정부를  보면 과연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필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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