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집사람과 연애시절.
서울 출장 길 이었다. 어린 왕자 책을 선물로 받았다. 고속버스를 이용했다. 심야 우등 버스 였다.
책을 꺼내 읽었다. 잠이 왔다. 그 뒤로 그 책은 없어졌다.
좌석 앞 그물망에 넣어두고는 내릴 때 두고 내린 것이다. 책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은 다시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였다. 똑같은 책을 살 수도 없었다. 책 표지 안쪽 집사람의 손글씨 때문이었다. 그 뒤로 어린 왕자는 영원히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책을 온전히 읽어보진 못했어도, 여러 루트를 통해 내용은 잘 알고 있는 책이라 그 동안 손이 안갔을 수도 있습니다. 별글클래식에서 문고판으로 엮은 《어린 왕자》를 온라인 서점 사이트의 리뷰어 클럽 리뷰어로 선정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노란색 표지에 글자로 저자와 제목만 표시된 상당히 깔끔한 책 입니다.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저/박효은 역 | 별글 | 2018년 07월 08일

 

마음이 사람을 향하면 공감, 사물을 향하면 호기심, 사건을 향하면 문제의식, 미래를 향하면 통찰, 나를 향하면 성찰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다섯가지 모두를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야 남들 다 읽었다는 어린 왕자를 그냥 읽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읽게 되어서 책에 담긴 통찰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 책 속에서 많은 질문을 발견합니다. 질문을 생각하다 보면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어른들에게 “분홍색 벽돌로 지은 아름다운 집을 봤어요. 창가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 위에는 비둘기가 앉아 있었어요”라고 설명하면 그들은 그 집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
그러면 어른 들은 “와, 근사한 집이구나!”라고 말한다.24쪽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뭘 하고싶은지?’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얼마나 버는지?’ 가 중요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어떤 행성에 얼굴이 시뻘건 남자가 살고 있어. 그 남자는 단 한번도 꽃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어.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본 적도 없어. 덧셈을 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지. 그리고 온종일 아저씨처럼 되풀이해서 말하는 거야. ‘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그 말을 하면서 남자는 교만으로 가득 차 있었지.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지!” 37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정말 중요한 일 일까요?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해봅니다.

“저기요······, 아저씨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난 언제나 쉬고 싶어.”
가로등 켜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때때로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한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저씨가 사는 행성은 세 발자국만 가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큰 아주 작아요. 그러니 언제나 햇빛 속에 있으려면 그저 천천히 걷기만 하면 돼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쉬고 싶을 때 걸어보세요······. 그럼 아저씨가 원하는 만큼 낮이 길어질테니까요······.”
“그건 썩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구나. 내가 원하는 건 잠을 자는 거니까.” 76쪽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해결의 방법은 한가지가 아닙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것 역시 사람들이 너무나 잊고 있는 일이지. 그건 여러 다른 하루와는 다른 하루를 만들고, 여러 다른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내가 아는 사냥꾼들에게도 의식이 있어. 그들은 목요일에 마을 아가씨들과 춤을 추지. 그래서 목요일은 아주 신나는 날이야! 그 덕분에 나도 포도나무 밭까지 산책을 나갈 수 있고,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하루하루가 다 똑같은 날이 될 테고, 그럼 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을 테지······.”107쪽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보다는 특별한 의미를 두는 날이 필요합니다. 휴식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다른 일과 휴식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까요? 배려라는 단어도 떠오릅니다.

“아저씨네 별에 사는 사람들은 정원 하나에서 장미꽃 오천 송이를 키우고 있지······. 그런데 자신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들은 그것을 찾지 못하고 있지······”
나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장미꽃 한 송이나 물 한 모금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럴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어. 마음으로 보아야 해.”124쪽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봐야 된다는 진리를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두 번. 읽을 때 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책 들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문장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입니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 입니다. 다른 많은 문장들도 있지만 지금 순간에는 위에서 이야기한 문장들이 더 와 닿습니다. 동화책으로 읽을 때는 뱀, 양, 여우를 알게 되고 뒤늦은 나이에 읽게 되었을 때는 저자의 철학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린 아이의 마음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잠시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의 말이 한동안은 계속 머리에 맴돌 듯 합니다.

“아저씨도 어른들처럼 말하네!”

어른이 된다는 것. 좋은(?) 어른이 되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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