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논란, 절묘한 해법 찾기
정지훈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연일 가상화폐와 관련한 뉴스로 들썩거린다.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블록체인을 최대 이슈로 삼아 수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반해 지나친 투기수요와 추적되지 않는 자금과 관련한 문제로 작게는 우리나라에서 크게는 세계적인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가상화폐의 가치가 너무나 단기간에 급등했고, 이로 인한 사회적인 부작용이 심각하며, 이 때문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어떤 대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미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도 반드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역사에서 미래와 관련한 많은 영감을 얻고는 한다. 현재의 상황은 1990년대 말 실리콘 밸리와 우리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됐던 닷컴 버블 시기의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 인터넷에 월드와이드웹 기술이 도입되면서 닷컴이라고 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무수하게 등장하면서 모두들 큰 꿈에 부풀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존이 1994년 설립이 됐고, 이베이와 야후가 1995년, 구글이 1998년 설립이 됐고 초기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반응에 힘입어 나스닥에 상장해도 성공을 하게 된다. 아마존이 상장한 1997년 5월, 월스트리트에서는 다양한 비관론들이 나왔다. 무엇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투성이 회사가 이렇게 상장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많았다. 사람들은 그래봐야 서점이고 수익도 별로 나지 않고 있으니 결국 투자금을 다 쓰고 나면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베이 같은 기업도 그리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베이에 이런 형태의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98년 이베이의 기업공개 결과 마치 월스트리트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공개 당일 주가가 3배 이상 뛰어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이상열기에 의한 비정상적인 소비가 실리콘 밸리에는 횡행했고, 파티와 TV광고 등을 통해 투자된 자금은 흥청망청 소진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아무나 투자를 받았으며, 이들은 대부분 투자금만 까먹다가 결국에는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닷컴 버블의 붕괴는 버블의 형성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이뤄진다. 이대로 놔두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그리스펀 당시 FRB 의장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게 되고, 금융 유동성과 믿음에 기대어 버블의 크기만 키우던 대다수의 닷컴 기업들 및 벤처캐피탈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판단을 거의 동시에 하게 되면서 이 거품은 마치 연기와도 같이 꺼지고 말았다. 이러한 버블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많은 수의 닷컴 기업이 사라졌지만, 일부의 기업들은 생존 뿐만 아니라 큰 이익을 내고 전 세계를 이끌어 가는 기업이 됐다. 아마존과 이베이, 구글 등은 당시의 혁명적 변화가 완전히 거품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최근의 암호화폐가 만들어내고 있는 버블은 분명 문제가 많으며, 언제나 이렇게 과도한 단기 급등은 필연적인 붕과와 충격을 야기한다. 그러나, 현재의 버블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중앙집중화 돼 있고, 기득권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현 문명의 정치와 경제시스템이 다른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일부 기업들 및 단체들은 본질 가치와 새로운 정치 및 사회문화 기반,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너무 극단적이면서도 과도한 메시지는 국민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해당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적절한 단계적 접근을 통해 현재의 단기적 투기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대한민국이 암호화폐 거래와 블록체인 기술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기를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