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대적할 국가대표 AI 키우자 : 전자신문 데스크라인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알파고와 대적할 국가대표 AI 키우자

 

김순기 전국부 데스크

 

지난 21~22일 일본 오사카에서 또 한번의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바둑 대결이 펼쳐졌다.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프로기사와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딥젠고’가 참가한 월드바둑챔피언쉽이다. ‘딥젠고’와 박정환 9단(한국), 미위팅 9단(중국), 이야마 유타 9단(일본)이 풀리그로 대국을 진행했다.
대회는 3전 전성을 거둔 박정환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기대를 모은 딥젠고는 마지막 대결에서 일본 이야마에게 승리, 전패 수모를 간신히 면했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허점도 많이 보였다. 특히 박정환과의 대결에서는 보는 사람이 의아할 정도의 실수를 남발했다. 초반 승부는 박빙이었다. 오히려 박정환이 살짝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딥젠고는 ‘패’에서 너무 쉽게 무너졌다. 훨씬 많은 팻감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패싸움을 포기했다. 더 이상 승패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딥젠고는 공배도 아닌 제 집을 스스로 메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엔지니어가 빨리 말려 줘야 한다”며 혀를 찼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박정환과의 대국에서 보여 준 실수는 서비스 차원에서 형세가 불리해도 돌을 던지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도록 프로그램돼 있기 때문에 나타난 오류 인 것으로 나중에 알려졌다.
더구나 딥젠고는 알파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프로그램이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국할 때는 중앙처리장치(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280개를 사용했다. 반면에 딥젠고는 CPU 2개와 GPU 4개만 사용했다. 알파고는 대국 한 번 하는데 약 100억원을 사용한 반면에 딥젠고는 2500만원밖에 안 들었다. 가동 비용은 400분의 1, CPU는 약 1000분의 1만 사용하고도 유사한 성능을 보인 셈이다. 실제 딥젠고의 인터넷 대국 승률은 81.1%에 달한다.
일본은 알파고 이후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일본보다 한발 더 앞섰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대회 우승자는 딥젠고가 아니었다. 이날의 우승자는 놀랍게도 중국 텐센트가 1년 만에 개발한 ‘줴이(絶藝)’라는 바둑 AI였다.
프랑스의 ‘크레이지스톤’과 페이스북이 개발하는 ‘다크포레스트’도 복병이다. 심지어 북한도 ‘은별’이라는 AI 바둑 프로그래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변변한 AI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인 기업 돌바람네트웍스가 2013년에 개발한 ‘돌바람’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딥러닝으로 학습하는 수준은 못 된다. 지난해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8강에서 줴이에게 져 탈락했다.
세계는 알파고 등장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겉으로는 대통령과 과학기술위원회가 AI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별도의 진흥원까지 설립할 정도로 부산을 떨었지만 실속은 없었다. 세계 각국이 AI 수준을 겨루는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도 1인 기업이었다. 안타깝고 창피하지만 현실이다.
물론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자연어 처리 AI ‘엑소브레인’을 개발, 선보이기도 했다, 또 SK,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도 AI분야 투자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AI연구는 중구난방이었다. 일괄된 전략이 없었다. 아직은 내보일 수 있는 성과도 미미하다. 이제는 우리는 AI 기술을 제대로 보여 줄 국가대표를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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