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가능성 모두 보여준 원전 공론화위 : 매일경제 기고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아쉬움·가능성 모두 보여준 원전 공론화위

 

김명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번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중단을 묻는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도록 위임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이상적인 방식이었다. 극심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어려운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하고 시민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많은 염려를 품고 출발했다. 새로운 정치 실험이었다. 3개월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공론화위원회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심판 노릇을 잘했다. 양측의 입장과 쟁점을 잘 이해했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설명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공했다. 끝까지 중립성을 잘 지킨 위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그러나 탈원전을 계속 외치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무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동안 건설 재개 측 준비모임에서 ‘이건 아니다’는 탄식이 너무나 많았고, 판을 깨고 장외로 뛰쳐나가자는 험한 말도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전문가의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며 진실로 호소하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심판의 능력은 잘 발휘했지만 중재자의 역할에는 한계를 보였다.
두 번째 아쉬운 점으로, 최종보고서에 담길 내용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보고서를 보면 2만명의 표본집단을 추출하는 1차 조사에서 건설 재개 의견이 36.6%로 건설 중단 의견에 비해 9%를 앞서는 유의미한 우위에서 활동이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알고 출발한 위원회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꺽이고 대통령의 권위가 해를 입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종보고서에 건설 의견이 압도적으로 앞서니 건설을 재개하도록 권고하면서 끝날 것을 사족으로 붙였다. 자체 조사기간에 정책으로서 원전의 축소·유지·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고 그 결과를 함께 발표했다. 결과는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였다. 이것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시민참여단의 역할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 원전청책을 묻는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탈원전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공론화위원회가 의도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았는데,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는 축소가 53.2%인 것은 탈원전을 하라는 의견이라고 확대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유지와 확대를 합하면 45.2%이므로 탈원전이 압도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건설 재개에 표를 던졌던 분들은 건설 중단 측 주장의 일부에는 수긍했을 터이고, 언젠가는 축소하는 것이 옳다고 표를 던졌을 것이다. 또 축소는 1%도 축소다. 전기가 남는다고 계속 주장했던 시민들은 축소에 손을 들었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축소를 탈원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 이런 확대해석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빌미를 제공한 게 아쉽다.
세 번째, 공론화 숙의 토의 과정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것인지, 또 유의할 점이 무엇인지 자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3개월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았다. 상대 측 자료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던 상황이 아쉽다. 숙의 과정에서 진지한 토론을 하기 보다 어느쪽이 거짓을 말하는지 관찰하는 토론장이 됐다. 재개 측이 지지를 얻은 것은 사실관계에서 보다 더 신뢰를 얻은 것이라고 자평한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합숙토론회 직전 3차 조사와 토론회 직후 4차 조사에서 의견 변화가 매우 컸다는 점이다. 이는 비록 짧은 이틀이지만 집중 교육을 받을 때 변화가 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간이 더 길었다면 건설 재개 측 찬성이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원전정책은 따로 시간을 갖고 더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지, 이번에 묻어서 갈 사안이 아니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결과 발표 후 시민·환경단체 측이 결과를 수긍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 것에 환영한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행동 모두 건설을 재개하라는 59.5%의 의견보다 원전 축소에 53.2%를 표한 민심을 의미심장하다고 확대해석하며 견강부회하고 있다. 이제 영국의 예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한때 원자력의 강자였던 나라가 잠시 원전산업을 축소한 탓에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우리는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에너지는 다양해야 하며, 늘리고 줄이는 탄력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바라보는 미래가 정답일 리 없다. 시민의 결정은 원자력도 제 몫을 하도록 안전하게 고치며 계속 사용하라는 요청이다. 원자력계는 더 안전하고 신뢰가 가며, 일자리를 만드는 수출산업으로 거듭나라는 격려로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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