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기업의 도는 무엇일까?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페이스엑스 등은 혁신을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는 기업입니다.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의 스토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많이 화자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집념과 의지로 만들어 낸 많은 새로운 것들이 바로 혁신적인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재대로 된 혁신을 위한 사고방식과 경영이념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러한 천재들의 영향력 때문인지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의 기운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업을 이끄는 CEO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미니멀리즘와 무위, 무소유라는 철학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철학에 심취한 CEO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주장을 한 사람이 바로 노자 입니다. 노자가 말한 ⟪도덕경⟫의 내용을 지금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의 이념과 연결해 보면 상당히 많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자는 이미 2500년 전에 혁신을 통한 성공전략을 이야기 했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글로벌 기업은 왜 도덕경에서 혁신을 배우는가?
박영규 저 | 더난출판사 | 2020년 09월 08일

 

물론, 2500년 전의 철학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마도 인간이 살아가는 도리를 지키는 것과 끊임없는 혁신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노자 사상을 지금 현재 잘가나는 기업의 성공 전략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도덕경⟫에 나오는 원문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이러한 형식을 빌어 도뎍경 원문의 뜻도 이해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가치도 알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수많은 기업과 CEO들의 에피소드를 알게 되는 것은 덤 입니다.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는 이렇게 말한다.
“매장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것은 곧 그 업체의 생명이다. 한번 나쁜 경험을 하면 당신은 그 고객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만일 당신의 사업이 대학에 다니는, 한 스무 살 먹은 파트타임 종업원의 손에 달렸다면 그 사람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다룰 수 있겠는가? 나는 경주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 또한 나는 경주가 끝났을 때 아무도 뒤처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소수의 회사 간부와 주주들이 종업원을 희생시켜 승리한다면 그것은 승리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결승 테이프에 도달해야 한다.”33쪽

노자는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의 삶을 살아갈 것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도덕경⟫은 노자가 지은 도가의 대표적인 경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81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 부터 37장 까지는 상편으로 도(道)를 이야기 합니다. 38장 부터 81장까지는 덕(德)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무위지치(無爲之治)다. 비어 있는 상태는 무와 같은 개념이다. 무위함으로 세상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무위함으로 만물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노자의 생각이다. 유가 있어 무가 쓸모 있는 게 아니라 무가 있어 유가 쓸모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바퀴통이 꽉 차 있으면 바퀴살이 한곳으로 모일 수 없고, 수레를 움직일 수 없다. 수레가 굴러가는 것은 바퀴통이 무(無)의 상태로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릇과 방도 마찬가지다. 그릇이 차 있으면 물이나 밥을 담을 수 없고, 방이 차 있으면 사람이나 물건을 들여놓을 수 없다. 사물의 쓰임새는 무에서 출발한다.60쪽

1장은 도에 대한 총론적 성격을 띤다고 합니다. 하지만, 도란 어떤 것이다라고 긍정문으로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부정문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 이유가 도라는 것이 인간의 언어로 딱 부러지게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기업의 도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혁신이다. 도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듯이 혁신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은 이미 혁신이 아니다.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은 기업이 내놓은 후속 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 점유율을 갉아먹는 현상을 가리킨다. 동족 살인을 뜻하는 카니발리즘에서 유래했다. 얼마 전 작고한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레이텐슨 교수가 주창한 ‘혁신기업의 딜레마’도 카니발리제이션과 같은 맥락의 용어다.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려면 기존 사업 영역에서 자기 잠식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파괴적 혁신을 회피하고 단계적인 혁신에 그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 기업에 추월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클레이튼 교수가 말하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다. 이러한 딜레마를 두려워하면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25쪽

또한, 덕이란 도가 현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윤리적 양태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무위라는 도의 핵심 원리가 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무위한 덕이어야 상덕이라고 하며, 유위한 덕은 하덕이다고 말합니다. 도를 정의할 때처럼 도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하수라고 칭하는 것 같습니다.

도가 인위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듯이 상덕도 그러한 욕망을 품지 않는다. 그래서 ‘내노라’하는 사람은 덕이 없다.158쪽

4차 산업혁명은 탈규격, 탈규제, 탈이념, 탈권위의 포(four)탈혁명이다라고 소개합니다. 정해진 틀이나 매뉴얼, 전통적인 생각, 리더의 권위에 의존하는 조직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 문화에서도 변화를 넘어 혁신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글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나 형태가 없다. 근무시간 중 회사 내에 마련된 당구장에서 당구를 칠 수도 있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관람할 수도 있고, 카페테리아나 마사지 숍, 피트니스 센터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신체를 단련할 수도 있다. 구글의 리더들은 이러한 방임형 조직문화를 권장하고 육성한다. 직원들에게는 조직의 목표나 성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비전만 제시한 후 그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은 직원들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방임에 가까운 이러한 리더십 덕분에 직원들은 틀이나 규격, 권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동료들과 토론하고, 그 결과를 집약해서 위에 건의한다. 구글은 무위의 리더십으로 혁신적인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82쪽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데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큰 생각부터 먼저 하고 작은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자잘한 생각에 매몰되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굵은 돌과 자잘한 돌, 모래가 있을 때 이것들을 항아리에 고루 넣으려면 굵은 돌을 먼저 넣고 그다음에 자잘한 돌을 넣고 마지막에 모래를 부으면 고루 섞을 수 있다는 것에 비유합니다. 모래처럼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혁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큰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착상시킨 후 디테일한 방법론으로 그것을 보충할 때 혁신이라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도에는 여식췌행이 없다. <최후의 만찬>을 그리고 있을 때 작업 속도가 더디다고 채근하는 루도비코 공장에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렇게 말했다.
“창의력은 천천히 뜸을 들이는, 때로는 아주 꾸물거리는 작업 방식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해야 생각이 잘 무르익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천재성을 지는 사람은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합니다.”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작업 방식은 게으름에 가깝다. 집중해서 일을 할 때는 밤잠을 미뤄가면서 몰두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들의 일과 행동, 삶은 대체로 느리다.106쪽

소통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해당 이야기는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알게 된 스티브잡스의 영상과 오버랩되기도 하였습니다.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은 ‘데스크톱 출판’(컴퓨터를 이용한 전자 출판) 분야에서의 일시적 우위를 바탕으로 편하게 앉아 고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더 이상의 혁신은 없었고, 서서히 저물어가는 평범한 기업이 되었다. 그러자 애플은 다시 잡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1996년 잡스는 애플에 복귀했다. 직원들은 돌아온 천재를 따뜻하게 맞았다. 잡스도 새롭게 변했다. 복귀한 후 첫 일성으로 잡스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나를 CLO(Chief Listening Officer, 최고경창자)라 불러라.”
과거에는 자신을 꽉 채우고 있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을 비우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의미였다.172쪽

유튜브 영상: MIT 대학생 질문 받고 20초 동안 침묵한 스티브잡스

노자의 ⟪도덕경⟫ 내용 보다는 실리콘밸리 기업과 천재들의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 저자의 의도가 그것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통해 어려운 것을 이해시키려는 의도 말입니다. 1장 부터 81장 하나하나의 내용은 스쳐지나가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머리에 오래 남는 그런 방식입니다. 기업에서의 도는 혁신이라는 말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도덕경⟫에 정말 거부감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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