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이라는 寓話 : 디지털타임스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스카이캐슬’이라는 寓話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문화평론가

JTBC ‘SKY캐슬’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1.7%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수치로 시작했지만 사회적 파급효과가 점점 더 커지면서 이제 20%를 목전에 뒀다. JTBC 드라마 시청률 기록은 이미 깼고 비지상파 전체 기록도 곧 깰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고급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치 재벌과 같은 초상류층의 삶인데 사실 이들은 재벌도 아니다. 대학병원 의사, 로스쿨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로 정말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팀원에게 소고기 정도 사줄 수 있는 재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거대 주택에서 하인의 조력을 받으면 사는 재벌처럼 그려지는 것에서 이 작품이 비현실적이란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리얼리즘 작품보다 신랄하게 한국사회를 해부한다.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설정을 통해 정말 현실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우화인 셈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극도로 수직적인, 서열화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은 피라밋처럼 뾰족한 삼각형의 신분체계로 이루어져서, 경쟁에 승리한 소수만이 신분 삼각형의 꼭짓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꼭짓점 입성에 성공한 소수가 특권을 누리는 건 당연하고, 그 밑에 깔려있는 패배자들이 멸시 받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입시경쟁이다. 과거 봉건시대엔 혈통이 신분을 좌우했다. 하지만 단지 혈통으로 사람의 신분고하가 정해지는 건 정당성이 없었고 근대 시민혁명으로 이런 체제는 폐기됐다. 그 후엔 능력으로 사람의 고하를 나눈다는 ‘시험의 신화’가 도입됐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잘 본 사람은 보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한국의 학벌주의와 결합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학벌을 취득한 사람은, 그 노력과 성취를 인정받아 마치 봉건시대 때 좋은 혈통을 타고난 사람처럼 인정받는 체제다. 고3 성적이 평생 꼬리표가 되는 황당한 제도로 일종의 유사 신분제라고 할 수 있다. 봉건적 신분제에선 특권에 정당성이 없지만, 학벌사회 유사 신분제에선 특권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정당성이 부여된다.
학벌주의가 특권과 차별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엘리트들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정보력을 내세워 자식들에게 일류대 학벌을 만들어준다. 작품 속에서 이들은 입시 코디네이터를 활용해 아이들을 1등급으로 키워낸다. 그렇게 계급재생산, 즉 신분의 상속이 이어지는 것이다. 드라마 속 스카이캐슬의 입주권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자식이 일류 대학을 나와 일류 대학 의사, 교수 등으로 성공해야만 입주권을 이어 갈 수 있다. 입시 제도를 통해야만 기득권을 물려줄 수 있는 대치도 ㅇ중산층 엘리트들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런 구조에서 작품 주인공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식의 입시경쟁이다. 오직 친구를 밟고 1등을 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교육한다.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풍경이다. 우리사회는 아이들에게 공감의 덕성을 버리고 마치 소시오패스처럼 자기 성적, 자기 출세만을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학교에선 1등해서 좋은 대학 가면 누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못하면 멸시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이런 세뇌작업을 우리 사회는 ‘교육’이라고 하는데 그런 교육으로 아이들 머릿속에선 사람의 고하를 나누고, 하층민을 패배자라며 멸시하는 사고방식이 자라난다. 모두가 그런 사고방식을 공유할 때 사회는 현대 민주공화국 같이 않은 기괴한 수직적 체제가 된다.
작품은 자식에게 갑의 자리를 물려주려는 전문직 엘리트들의 욕망을 신랄하고 냉소적으로 담았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 엘리트로 자라난다. 작품 속에서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아 부모의 자랑이며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예서는, 자기 밖에 모르는 극도로 이기적인 아이다. 이런 아이들이 장차 의사, 판검사, 국회의원이 돼서 한국 사회 피라밋의 꼭대기에 서는 것이다. 이들이 누리는 기득권의 성채를 작품읜 ‘스카이 캐슬’ 즉 하늘 궁전이라는 은유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이 궁전에 대해 국민은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열망하는 양가감정을 갖는다. ‘SKY캐슬’ 신드롬의 복잡한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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