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트 양 날개, 첨단기술과 표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음성 인식으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작은 곤충 모양의 군집 로봇이 네트워킹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디바이스 없이 동작으로 컴퓨터를 다루는 세상.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54년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장면이다. 영화가 개봉된 15년 전에는 상상속 도시 모습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첨단 기술의 눈부신 혁신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실제 생활이다.
세계 최초의 도시로 알려진 우르크가 기원전 4500년께 건설된 이래 도시는 사회발전과 인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세계 주요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에너지 과다 소비, 환경오염, 교통 체증, 범죄 등 도시화에 따른 문제점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엔이 올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현재 76억명에서 2050년 98억명으로 급증이 예상된다. 국제표준화기구인 ISO도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도시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괄목할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바로 ‘스마트시티’ 건설이다. 스마트시티는 ICT,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 시스템과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플랫폼을 갖춤으로써 다양한 도시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많은 기업과 연구자가 스마트시티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돼 최적의 네트워킹을 통해 기존 도시에 소요되던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인 마스다르는 다른 도시와 비교, 50% 이하의 에너지와 물을 사용한다.
둘째 리서치&마켓이 올해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스마트시티 시장으로, 2020년 연간 17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스마트시티는 기존 도시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마트시트는 도시마다 차별화된 데이터를 수집해 플랫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교통·에너지·환경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의 첨단 기술을 연결해 주는 기준이 ‘표준’이다. 이에 따라서 표준에 준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마트시트 시장에서 채택될 수가 없다.
프란스 프레스비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사무총장도 지난 4월 국내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 공동 포럼 기조연설에서 “IEC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의 표준 제공과 스마트시티 등 대표 사례의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도시 개발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ICT경쟁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 건설에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관련 표준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때 표준 없는 기술 개발은 한계가 있다. 이제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표준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펄쳐 세계를 무대로 높이 비상하는 미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