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명 플랫폼 ‘긱 경제‘ 준비 서둘러야 : 디지털타임스 포럼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수억 명 플랫폼 ‘긱 경제<Gig economy>’ 준비 서둘러야

포럼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에서 설명하고 있는 공유경제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 이 정의는 어느 정도 공유경제라는 경제활동의 일면을 묘사하고 있지만 본질을 드러낸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인터넷은 원래부터 공유경제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자진해서 정보를 올리고, 그 축적된 정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는 수고와 정보 탐색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따라서 공유경제의 본질은 ‘공유’에 있다기보다는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연결성(connnectivity)과 그 연성을 활용하는 개개인의 자발성(autonomy)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해외에서는 ‘공유경제’라는 말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보다는 ‘긱 경제’(Gig economy)라는 말이 대세이다.
‘긱’은 재즈클럽에서 일시적으로 일하는 단기계약 연주자의 공연을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긱은 ‘비전속성’(Non-Captive)이 특징이다. 긱 경제의 노동자, 즉 긱 워커(Gig worker)는 하고 싶은 만큼 일하고, 하는 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즉 자신의 보수와 자신이 상대하고자 하는 고객 수준, 일하는 시기도 자신이 결정한다. 긱 워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평판과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다.
이 같은 긱 경제가 가능한 것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거침없는 성장 덕분이다. 간단히 집을 구하는 풍경을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내가 검색할 수 있는 집의 범위가 내 발품을 팔 수 있는 곳으로 한정되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지역을 불문하고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면 디지털 플랫폼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 내는 요술방망이다. 재능과 기술만으로 지역과 거리를 불문하고 시장을 창출하고 고객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잠재적 고객을 발굴하는 능력이면 충분하다.
이 때문에 린다 그래튼과 같은 경영학자는 수 십억 명의 사람이 서로 연결되고, 플랫폼 역할을 하는 메가 컴퍼니와 수억 명의 소기업가가 참여하는 경제 생태계가 미래의 일의 모습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미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지금 어디일까? “아침에 눈을 뜨면 차량 앱을 통해 운전자와 차량, 가격, 도착시간을 선택한다. 점심이 되면 휴대전화의 QR 코드를 통해 원하는 메뉴를 고른다. 정해진 시간에 식당에 도착하면 이미 주문한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퇴근할 무렵이면 내 취향을 반영하는 홍보 메시지가 뜬다. 온라인 마켓에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을 시킬 수 도 있다. 물론 신선식품도 가능하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의 성정민 부소장이 예시하는 중국의 일상이다. 이미 이 나라는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던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미래의 긱 경제를 선도하는 메가 플랫폼이다.
우버가 등장함으로써 뉴욕의 차량 운송수단은 1만3000 개에서 140만개로 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0분 이내 배차되는 비율은 40%미만이었지만 90%로 향상되었다. 지금은 우버에 그치고 있지만 개인용무대행, 음식준비, 집청소, 세탁, 자녀의 등하교 보조 등 일상의 모든 분야가 또다른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 긴급한 자영업 문제의 해법도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긱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서 방향을 찾아야 할 지 모른다.
이 점에서 서민경제를 외면한다는 정치적 선동에 괘념치 않고 택시에 우버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정부의 용기있는 발언을 지지한다. 적어도 다가 올 긱 경제의 본질은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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