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형 연구’ 역량 모아야 : 디지털타임스 시론 (2017년 8월 8일 화요일)

‘선도형 연구’ 역량 모아야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대한민국호라는 2단 로켓이 힘차게 발사됐다. 1단 추진체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곧 선두를 따라잡을 듯 했다. 1단 추진체를 떼어내고, 2단 추진체가 작동해야할 시점이 많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명을 다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1단 추진체를 부여잡고 추락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 저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표현한 대한민국이다. 추격형 전략이 1단계 추진체이며 말썽을 부리고 있는 2단계 추진체가 선도형 전략이란다. 그래서 잠재성장률이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는 정말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비유다.
이런 어려움 속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보자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자는 내용부터 상향식 연구와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연구개발 변화의 본질도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과학기술인 대다수가 동의하는 이 방향은 사실 새롭지도 않은 묵은 목표다. 지난 20여 년간 선도형 연구로 전환이라는 국가과학기술 계획과 목표를 수립했었다. 그러나 선도형 연구는 아직 멀기만 하고 매번 반복적으로 목표로 제시하는 실정이다.
제시된 국정과제에 따라 담당부처는 국정과제의 실현을 위한 정부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을 소집해 연차별 목표가 담긴 로드맵을 작성할 것이다. 그리고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진척을 점검할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 전략 수립의 방법론으로 너무나도 익숙한 지금의 로드맵 방법은 추격형 전략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추격형 전략 단계에서는 선진국이 이미 성공한 목표 또는 그보다 더 진일보한 수준을 목표로 제시할 수 있었고, 해결가능한 문제라는 확신 속에 성공으로 가는 길 또한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도형 연구를 지향하는 지금은 적합한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그 분야 전문가라 할지라도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미래를 예상하며 작성한 로드맵은 100% 적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도 점검의 부담감이 있는 단기목표는 달성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15세기 신대륙 발견을 위해 에스파냐 팔로스항을 출항한 콜럼버스 손에 항해지도가 쥐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갖고 있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강안 의지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었다. 역사적으로 그 어떤 항해지도가 있었다 할지라도 이는 개척자 가슴을 뛰게 하는 사명감과 개척의지를 형상화한 상상에 불과했을 것이다. 가까운 사례를 보자면, 인터넷, GPS, 드론 등 압도적인 선도형 연구 성과를 냈던 미국 DARPA 프로그램도 연구 목표, 즉 방향만 제시할 뿐 연구 수행 경로에 대한 제약이 없다. 결국 선도형 연구를 위한 계획과 정책에는 나침반 모델이 제격임을 알 수 있다.
20조원의 막대한 규모의 국가 연구 개발 사업인 만큼 나침반 모델 적용에 있어 시행착오을 최소화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국가 사회적 가치 중심의 목적함수를 정립해야 한다. 과거에는 비용 최소화 또는 이익 최대화가 훌륭한 목적함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도형 연구에서는 비용 또는 이익 산정이 어렵다. 일자리 창출, 삶의 질, 사회적 문제 해결 등 사회적 가치도 포괄해야 한다. 또한 먼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연구까지 투자의 당위성을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연구자는 도전적 연구에 과감히 몰입할 수 있는 열정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사이클 선수가 선두 추월을 위한 가속도를 얻기 위해 선두에 좀 더 뒤처지더라도 벨로드롬의 상단으로 올라가는 우회축적의 전략을 수용해야 한다.
다시 우리 앞에 놓인 선도형 연구라는 목표에 과감히 도전했으면 한다. 미래의 승자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기쁨에 가득 차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미래의 패배자는 과거의 끝에 매달려 슬퍼하고 두려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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