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 짓다

많이 인용 되는 시 중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구절이 있습니다. 몸짓에 지나지 않던 꽃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으로 하나의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는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여한 이름이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부르기 쉬워야 그 참된 의미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누, 티오피, 오피러스. 리엔, 코나, 아난티, 자연은, 굿베이스 등 귀에 익숙한 이름을 가지는 브랜드가 많습니다. ‘Passion, Connected’라는 평창 동계 올림픽 슬로건도 있습니다. 이름에 포함된 참 뜻은 모르더라도 대부분 들어봤고 기억을 하고 있는 것들 입니다.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귀에 꽂히는 단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부르기 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름이 붙여지는 그 순간에 의미가 부여되지만 오래 기억되기 위해 해야 할 일도 놓치면 안됩니다. 부르기 쉽도록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바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해야 할 일 입니다.

 


브랜드 ; 짓다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민은정 저 | 리더스북 | 2019년 03월 10일

 

“단어를 조합해서 예쁜 이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나름대로의 관점을 담아내야 합니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자신의 관점이 담긴 이름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브랜드에 있어 의미보다는 언어의 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둘다 고려해야 될 사항입니다. 이 말은 브랜딩 전문 기업인 인터브랜드의 COO(Chief Contents Office)인 민은정 전무가 한 것입니다. 그는 브랜드의 이름, 슬로건, 스토리, 메세지 등을 개발하고 브랜드의 모든 언어적인 요소를 총체적으로 개발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버블리스트(Verbalist)라고 합니다. 브랜드에 첫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민은정 전무의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담은 책입니다. 진행했던 프로젝트이고 지금 그 결과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실무를 하고 있는 마케터나 브랜드 담당자는 바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듯이, 인기있는 브랜드의 탄생 비밀을 들쳐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네이밍이 어떻게 탄생하고 언어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 어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공유함을써 브랜드 언어 개발 전략의 통찰을 나누는 것, 정선된 말의 힘과 전략적인 글의 힘, 매혹적인 언어의 힘이 어떻게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드는지 증명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10쪽

아직은 생소한 버블리스트라는 직업과 이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만든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통해 본인 스스로의 가치를 더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만드는 브랜드 모두 성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것 외에도 사례가 많겠지만, 32가지만으로도 우리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단순한 글자의 조합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수많은 좋은 의미의 글을 넣더라도 부르기 어려우면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과학적인 이름 짓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음성학적 고려, 글자 수, 뜻과 의미, 시대 정서, 문화 등 고려해야 될 사항이 많습니다. 이름이 지어진 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슬로건, 콘셉트,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까지 뒤이어 이어지는 홍보에도 같은 맥락으로 힘이 더해져야 브랜드는 숨을 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똑같은 맛인데 ‘냉커피’에서는 다방 맛이 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는 스타벅스 맛이 난다. ‘계피’보다는 ‘시나몬’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88쪽

브랜드의 탄생 비화를 읽다보면 시간도 잘 갑니다. 책이 그만큼 술술 읽힙니다. 브랜드 이름의 의미도 이야기 하지만, 언어적으로 더 많은 배경 스토리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입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각의 프레임을 연 브랜드, 존재를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 브랜드, 지금 현재 맥락에서의 브랜드 입니다. 각 부는 6개의 꼭지글로 되어 있습니다. 각 부의 마지막 장에서는 브랜드 버벌리스트라는 직업을 이어가거나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하고 싶은 글을 덧 붙였습니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것은 기업의 언어이고, 고객이 듣고 싶은 것은 브랜드의 언어다. 내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의 언어이고, 고객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브랜드의 언어다. 내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기업 언어이고, 고객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브랜드 언어다.248쪽

이 책을 통해 버블리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연구와 애정이 없으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보통 제품을 개발한 후 제품 이름을 부여하고자 할 때 사내 공모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선정된 이름을 보면 의미도 중요하지만 부르기 쉬운 이름이었다는 것을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다음에 이름 공모가 있어 참여할 때는 의미와 함께 언어적으로 부르기 쉽고, 귀에 쏙 꽂히는 이름을 만드는 것에 관점을 두고 응모해 봐야겠습니다. 책에서 배운 지식이 분명 필요할 것 같습니다.

 

  • KAIST의 실헌 결과에 의하면 알파벳을 하나씩 모여주었을 때 한국인들의 뇌에서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K, T, N, Y, Z라고 한다.(page 32)
  • 프랑스인들의 TGV 명칭 변경 반대는 열차 브랜드의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공공재,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으로서 열차 이름은 ‘이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열차 이름은 머리속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시간을 지나오며 가슴에 새겨진 추억이다. 그러니 공공재를 브랜딩한다는 것은 시대의 감각과 감성을 기록하는 역사 그 자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page 66)
  • 취항과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포트넘 앤드 메이슨, 로네펠트, 마리아주 프레르를 세계 3대 홍차 브랜드로 꼽는다. 트와이닝이 이에 꼽히지 않는 것은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대중적이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page 69)
  • 모든 기업들은 자신들이 추가하는 미래가 있다. 그리고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역할이 있다. 바로 기업 비전이다. ‘기업을 말’로 만든 기업 비전을 ‘고객의 말’로 바꾼 것을 기업 슬로건이라 부른다.(page 112)
  • 이름이나 로고나 브랜드의 전부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브랜드는 겉모습만 바꾼다고 젋어지지 않는다. 브랜드에 담긴 정신부터 젊어져야 한다. 시대가 변해도 철저하게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낸 브랜드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page 151)
  • “작전명이란 무릇,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이름이어야 한다. 많은 군인들이 전사할 수 있는 작전에 뽐내거나 과시하는 이름을 붙이지 마라. 그렇다고 의기소침한 분위기도 전달하지 마라.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적들에게 조롱받을 만한 이름은 피하라. 남편을 잃은 부인과 아들을 읽은 어머니가 그들이 어느 작전에서 전사했는지 이야기할 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을 지어라.”
    1944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참여한 ‘라운드 해머(Round Hammer) 작전’ 이름을 ‘오버로드(Overlord) 작전’으로 바꾸면서 이렇게 말했다.(page 159)
  • 브랜드 퍼스널리티는 이후 모든 브랜드 요소를 개발하는 기준이 된다. 브랜드 이름, 슬로건, 스토리, 콘텐츠 등 브랜드 언어 개발의 기준 역시 브랜드 퍼스널리티다. 브랜드 언어란 브랜드가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퍼스널리티가 확실해야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콘텐츠와 톤 앤드 매너도 결정된다.(page 171)
  • 무엇을 파는가? 제품을 팔면 그것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된다. 철학과 취향을 팔면 그것을 사른 사람은 팬(fan)이 된다. 브랜드 중심에 ‘제품’을 놓으면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그러나 브랜드 중심에 ‘철학’과 취향을 놓으면 제품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생명력이 생기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된다.(page 173)
  • 사명은 기업을 대표하는 언어로서 대내외 그 기업이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를 전한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게 하며, 기업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된다. 또 기업의 가장 중요하고 지속 가능한 자산이다.(page 212)
  • 모든 생물은 변화를 통해 성장한다. 애벌레는 변화 의지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내부 장기를 다 파먹고 어느 순간 나비로 변신한다. 나미가 된 애벌레는 달라진 삶을 산다. 경쟁자도, 먹거리도, 카테고리도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땅에서 하늘로 활동 공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를 메타모포시스(metamophosis)라고 한다.(page 224)
  • 중국에는 ‘친구가 아니면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고객을 만들기 전에 친구를 만들어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한마디로 상징하는 것이 ‘꽌시(關係)’ 문화다.(page 261)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