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의 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 위키백과에는 공연 예술가이자 예술 영화 제작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디 아트, 지구력 예술, 페미니스트 예술, 공연과 청중의 관계, 신체의 한계 및 마음의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나옵니다. 한글 페이지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검색을 해보면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소개하는 많은 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사진과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글에 나온 공통점을 찾아 마리나를 다시 한마디로 말해 봅니다.

유고슬라비아 출생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행위예술가로 행위 예술의 대모

이렇게 소개되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하는 책이 있습니다.

 


마리나의 눈
김지연 저 | 그레파이트온핑크 | 2020년 02월 25일

 

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 입니다. 연극의 4요소라고 할 때는 무대가 포함됩니다. 공연예술은 조금 다릅니다. 공연예술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행위의 주체가 되는 예술가와 객체가 되는 청중, 또 이 주체와 객체의 접점(interface)인 무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배우, 관객, 무대가 3요소 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별적인 요소들은 기획자를 거쳐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게 됩니다. 공연예술이 궁극적으로 무대에서 어떻게 관객과 만나게 되고,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는 것은 기획자의 역량과 지혜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관객에 따라 매번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우연성에 기댈 때 관객과 예술가 사이를 잇는 고리의 스펙트럼은 더 풍부해지고, 관객은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적용할 것이다. 이때 퍼포먼스의 의미와 외부 세계를 향한 영향력은 더욱 확장된다. 이것이 퍼포먼스가 가지는 잠재력이다.41쪽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보진 않지만, 주말 아침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면 한번씩 걸려들어 오래 보게 됩니다. 요즘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보면 딱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 곳곳을 여행자의 시각으로 간접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을 찾아 하나 둘 알아가는 것도 간접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알고, 그 작품을 만든 한 예술가의 인생을 찾아가다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모든 삶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철학까지 말입니다.

마리나의 ‘리듬’은 무자비한 통제와 고통의 리듬이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무모해 보이더라도 퍼포먼스의 수행성을 확보하면서 통제의 임계점을 넘어 해방과 영감을 끌어내고, 동시에 작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과감함 용기가 필요했다. 마리나는 그 두 가지를 겸비하고 있었다.37쪽

책은 마리나의 전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마리나의 자취를 쫓기 위해 많은 만남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녀를 알기 위해 그녀를 다룬 책을 읽고, 인터뷰 자료를 찾고,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파악합니다. 그렇게 알게된 퍼포먼스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글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누군지 알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편의 에세이를 쓰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작품이란 결국 예술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작품의 어느 구석에서 얼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 인간을 이루는 어린 시절은 그림자처럼 뒤를 지킨다.29쪽

책에서는 행위 예술 자체에 대한 사진이나 그림은 보이지 않습니다. 글로써 묘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작품 자체에 대한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이야기 하는 부분은 철학적으로 해석됩니다. 그 철학이 심연과 같다는 표현을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심연과 같이 깊고 진해서, 쓰는 내내 그의 눈에 비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에 ‘눈’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 같습니다.

현재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작품과 그것의 해석도 가슴깊이 새겨봅니다.

<예술가가 여기 있다>에서 마리나와 마주 앉은 관객이 서로 강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오로지 현재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나는 항상 지금 이 순간을 감각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을 중요시하며,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관객에게도 현재에 있기를 요구한다. 이미 벌어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달리, 현재는 우리가 연결된 유일한 순간이다.105쪽

이 책의 저자는 김지연 입니다. 범위를 한정 짓지 않는 글을 쓴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 관련 글을 많이 쓰고,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제1회 그래비티 이펙트 비술비평 공모에 입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저자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 대해 쓸 기회를 준 그레파이트온핑크 출판사와 구나윤 대표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앉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그레파이트온핑크 출판사는 미술전문서점이자 출판사 입니다. 미술이론에 대한 미술전문서적을 취급하는 서점 중에는 Top으로 손꼽히는 서점이라고 합니다. 직접 기획하고 출판하는 서적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나윤 대표는 ‘오페라 갤러리 서울’디렉터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딸로 “미술도 K팝처럼 만들 것”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기사가 보입니다.

책의 서문에 저자는 묻습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라고. 저자는 그렇게 믿어왔다고 합니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는 같은 질문에 대해 마리나의 대답을 보여줍니다.

예술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언제나 딱 잘라 아니라고 대답한다. 예술 그 자체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마리나에 따르면, 의식의 변화를 이루어낸 개인이 모두 실천할 때 세상이 바뀔수 있다.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바꾸는 출발점은 구성원 개인의 각성이며, 예술은 그 길을 보여주는 도구다.156쪽

예술을 통해 사람 개개인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 그것이 예술가들이 예술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분명 개인적인 만족으로 하는 취미와는 다른 것입니다. 책을 통해 또 한명의 예술가의 삶과 철학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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