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전기차 : 매일경제 필동정담 (2017년 9월 29일 금요일)

다이슨 전기차

 

장박원 논설위원

 

가전업계에서 다이슨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비롯해 날개 없는 선풍기, 초음속 헤어드라이어 등 창의적인 제품들은 값이 비싼데도 인기가 높다. 상식과 통념을 깨는 디자인과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 넘는 성능이 다이슨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다이슨이 2020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해 화제다. 배터리 개발에 10억파운드, 디자인과 생산에 10억 파운드 등 우리 돈으로 약 3조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가전과는 차원이 다른 분야다. 다이슨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연구개발에 20년 넘게 매달렸다. 그러나 전기차는 구동과 제동, 조향과 현가 장치 등에 들어가는 부품이 수천 개에 달한다. 가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생산 공정과 인력 관리, 마케팅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무엇보다 테슬라 같은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가 버티고 있으니 제 아무리 다이슨이라고 해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전기차가 다이슨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의식했는지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도 “우리는 전기차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다이슨이 만들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에서 시작된 도전과 혁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지나치는 문제에 천착하라. 실패하고 또 실패하라. 열정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기술을 중심에 둬라. 디자인과 기능을 분리하지 말라.” 다이슨 창업자가 내세우는 혁신 원칙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차량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시기에 다이슨이 뛰어든 것에 주목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혁신 기업이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측면에서 다이슨을 본 것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테슬라다. 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파고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이슨이 링 위에 오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3조원을 들여 개발하는 다이슨 전기차가 3년 후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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