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1위 기업인가 : 전자신문 전문기자 칼럼 (2019년 1월 21일 월요일)

누구를 위한 1위 기업인가

전문기자 칼럼

김지선
SW 전문기자

몇 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있다. 매출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지만 자기 분야만의 독보 기술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투자받은 금액으로 미국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대표에게 인수 배경을 묻자 “이 분야 1위 기업으로 입지를 더 확고히 ㅏㅣ 위해서”라고 답했다. 인수한 스트트업 기술을 더해 더욱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겠따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세계 정보기술(IT)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분야별 1위 기업은 규모를 막론하고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드며, 1위를 위지하기 위해 앞선 기술을 선보인다. 최근 열린 CES에서 LG전자는 롤러블 TV를 선보이며 ‘안방 TV 혁신’을 보여 줬다. 네이버는 예상하지 않은 로봇을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IT 서비스 기업도 올해 화두를 혁신으로 삼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IT 서비스 선두 기업은 어떤 혁신을 선보일까. 국내 IT 서비스 1위 기업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연 매출 10조원 시대를 앞뒀다. 이 시장 2위 기업 매출이 4조원대임을 감안하면 압도적 1위 기업이다. 국내 최고 IT 인재 2만여명이 모여 불철주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IT 서비스 업계 1위 기업으로서 삼성SDS는 어떤 혁신을 보여 줬는가. 최근 IT 서비스 업계 내부 거래를 취재하면서 몇명의 삼성SDS 전·현직 임원과 나눈 대화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따. 이들은 삼성SDS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 거래라는 기자의 지적에 “삼성SDS 존재 이유가 삼성전자와 그룹사 IT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따. ‘삼성’없는 ‘SDS’는 없다는 논리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은 분야와 기업 규모를 떠나 책임이 막중하다. LG전자, 네이버, 중소 SW 기업들은 자기 분야 1위로서 혁신을 보여주는데 주저함이 없다. 단순 매출 규모가 크다고 해서 업계1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업계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급변하고 있는 IT 흐름을 먼저 읽고, 화두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업계 1위 기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삼성SDS 직원들이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SDS는 역사가 34년 된 국내 IT 서비스 대표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삼성SDS의 IT 부문 전폭 지원이 있었다. 공공, 금융 등 분야 별 주요 프로젝트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34년 전 삼성전자 지원부대 계열사로 출발한 삼성SDS는 여전히 삼성전자 우물 안에 갇혔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IT 분야를 책임진다 해서 삼성 SDS가 글로벌 기업이라 할 순 없다.
10년 후 삼성SDS 모습을 생각해 보자. 국내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겠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밀려드는 외국계 IT 기업을 맞을 대항마가 없다. 10년 후 삼성SDS는 매출 1위가 아니라 진정한 업계1위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에 대항하고 국내 IT 기술을 선도하는 리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IT 서비스 업계에 이정표를 남기는 혁신을 일궈야 한다. 더 이상 삼성전자 지원부대 계열사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혁신을 선도하는 IT기업으로 이름을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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