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우리가 흔히 기획자 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고기획자, 공연기획자, 게임기획자, 전시기획자 등. 이들은 설문조사, 시장조사, 관련 자료 분석 등 필요한 자료를 수집·분석합니다. 팀원과 밤늦게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의뢰자와의 미팅을 통해 요구사항을 협의하고 틀을 잡습니다. 후원자도 만나고, 범위 및 형식에 대한 예산도 세웁니다.

이렇듯 뭔가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비춰집니다. 창의력과 마케팅 능력이 요구되는 사람. 순발력, 추진력, 지도력을 갖춘 사람. 관계자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밤늦게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도 다음 날 의뢰자를 만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 진취적이고 협력하는 사람. 사회성, 적응성 등의 유연한 성격을 가진 사람. 도대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저 | 홍익출판사 | 2018년 05월 08일

 

‘좋은 집에 산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듯, 습관이 특별해서 기획이 특별하게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기획자의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무언가에 관심을 두고 관찰 정리하는 법(생활 습관),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글로 쓰는 법(공부 습관), 새로운 관점과 상상을 내놓는 일 혹은 그저 잘 쉬는 일(생각 습관)입니다.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면 하루하루가 반짝인다고 합니다.

책은 위에서 말한 3개의 습관이 각 Part를 이룹니다. 기획자의 생활습관, 공부습관, 생각 습관이 그것입니다. 각 Part는 저자의 철학(?)을 한문장으로 요약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Part 1. 기획자의 생활 습관
기획자의 불규칙적인 생활을 알고 나면, 아무도 기획자가 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Part 2. 기획자의 공부 습관
공부가 가장 쉬웠다거나, 가장 재미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Part 3. 기획자의 생각 습관
때론 생각을 멈추고 포기해야 생각이 날 때가 많습니다.

이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기획 책입니다. 기획을 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저자 본인이 기획자이고 본인의 습관이 결코 남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단, 전달력에 있어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별 것 아닌 습관들이 어떻게 기획력을 증대시키는지 보여주는 텍스트’라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는 저자의 주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최장순 입니다. 현재 엘레멘트컴퍼니(LMNT COMPANY) 대표 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GUCCI, 인천공항, 현대건설, CU, CJ, 대한축구협회,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롯데시네마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브랜드 전략 및 철학, 네이밍, 디자인,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을 컨설팅해왔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하였으며, 기호학과 철학을 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철학을 공부한 탓인지 몰라도 이 책에서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인용 됩니다.

말로하는 언어, 말이 아닌 암호, 표정, 제스처, 음악, 회화, 건축 모두가 의미를 실어 나르는 ‘기호’가 된다. 이 기호Sign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공부하고, 그 의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때는 과감히 해체De하여 재구축하는 과정을 기획이라 부른다.
그래서, 기획은 곧 디자인Design이다.12쪽

모든 방법론은 하나의 도구일 뿐, 더욱 중요한 것은 ‘일상의 의미를 파헤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 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일상의 노력을 통해 우리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의 흔적이 새겨지고, 이는 탄탄한 기획력의 원천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획은 특별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일상이 기획입니다. 일상 속에 나만의 기획을 위한 습관은 필요합니다. 메모, 경청, 관찰 등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어쩌면 매우 쉽게 보이는 습관이지만, 익숙하게 내재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독보적인 기획력을 갖기 위해서 해야할 일을 찾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획에는 천재가 없다. 마찬가지로 기획에는 정석도 없다.’라고 책 서문에서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기획의 방법론, 혹은 공식을 달달 외우는 일은 이제 그만하라는 것입니다.

공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즐겁게 상상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 사실 기획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곧 기획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과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 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좀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하는 것이다.(page 28)
  • 사진의 시대는 많은 사람들의 ‘있어빌리티있어 보이다 + Ability 있어 보이도록 연출하는 능력’ 주시를 높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지(사진, 동영상)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page 49)
  • ‘사진 한 컷’을 제대로 기획할 줄 아는 장소Venue는 입소문을 타기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제대로 된 사진 한 컷은 매출을 좌우하는 필수 마케팅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다.(page 57)
  •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그저 많이 공부했을 뿐 무언가 정신의 산출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page 93)
  • 《독서와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에서는 “인간의 성공은 독서량에 정비례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그만큼 위대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책을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독서와  ‘성공’을 등치시키는 태도가 불편하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같이 인문학 고전 독서를 부와 성공의 비결로 등치시키는 과정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식의 태도는 마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주식을 하라고 하는 관점과도 같다. 주식의 본 목적은 건전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해서 사회를 더 이롭게 하는 데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책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바라본 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 이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다양성, 기기묘묘함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page 143)
  •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또 사는 거야?”
    다 읽었을 리 없다고 답한다. 그런데 왜 자꾸 책을 사느냐고 한다. 집에 읽는 거나 다 읽고 사라고 한다. 하지만, 책은 라면이 아니다. 한 봉지 다 먹어야 다른 한 봉지를 사는 라면 같은 게 아니란 말이다. 지금 읽지 않는 책들도 언젠가 읽게 돼 있다. 책은 좀 묵혀둬도 괜찮다.(page 164)
  •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록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시작한 습관이 표현이었다. 표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행위’다.(page 197)
  • ‘들어본 적 있다’는 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들어본 적 있는 것’은 ‘내 지식’이 아니다. 진짜 내 지식이 되려면,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다운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자기 관점과 자기 목소리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기획자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page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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