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란 무엇인가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현재 SK C&C는 국내 3위의 IT서비스 기업입니다. 시스템 통합 및 IT아웃소싱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SK그룹 관계사를 비롯해 공공 및 정부기관이 주력 고객입니다. 하지만, 과거 SK C&C가 널리 알려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2년 공정위가 SK C&C를 부당지원한 것으로 SK계열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것 때문입니다.

SK 계열사들이 경쟁입찰을 통하여 거래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음에도 그룹내 SI 회사인 SK C&C에게 현저히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하였고, 그 결과 계열사들은 손실을 보고 SK C&C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하여 약 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SK C&C가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에는 인건비를 대폭 할인해주면서, 계열사와 거래할 때에는 정부 고시 단가를 그대로 적용한 점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러나 2016년 법원은 동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SK텔레콤(주) 등 SK계열사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것입니다. SK C&C가 SK텔레콤에 제공한 유지보수 서비스의 수준이나 범위가 다른 계열회사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준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보고, 계열사들이 정상가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SK C&C를 지원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었습니다.

실제, 공정위가 기업의 주요 불공정거래 유형인 ‘부당지원’ 행위를 제재해 법원에서 완전 승소한 비율은 20%정도 된다고 합니다. 공정위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많이 제기되는 사항입니다. 공정위의 활동이 근본적인 기업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기업을 잘 굴러가게 해서 국부와 고용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담론은 줄고, 반기업 여론에 의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8대 기업명제로 풀어낸 장기번영공동체
신장섭 저 | 북스코프 | 2020년 09월 01일

 

‘부당지원행위’는 사업자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부당지원행위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부당지원행위 규제가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한 우려에서 마련된 제도라서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갈수록 크게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기업을 ‘개혁’대상으로 삼는 인식이 강합니다.

부당지원 외 최근에는 ‘불공정경쟁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 사업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또한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재대로 확립되지 않은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가 대기업 경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을 통한 주식회사 제도는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마련해줬을 뿐이다. 기업은 그 제도적 기반 위에서 지속적 혁신을 통해 영속의 충분조건을 만들어내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회사라 하더라도 시장경쟁에서 패배하면 존재하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그 기업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목표로 내세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목적을 추구하건 기업은 먼저 경쟁에서 이기고 이익을 내야 그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착한 기업’보다는 먼저 ‘강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강한 기업이 된 뒤 또는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기업목적론이 고려될 수 있다.84쪽

이 책은 법인과 시장경쟁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8대 기업명제’를 제시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 하는 기업론은 ‘자유주의적 법인실체론’입니다. 법인실체론에 따르면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 기업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존재론의 관점에서 영속의 사명을 부여받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된다는 주장입니다. 값싸고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면 기업은 사멸합니다. 즉,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기업은 존재론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이것이 보편적인 기업론입니다.이 관점에서 기업을 제대로 이해해야 기업지배구조도 이해할 수 있고, 좋은 경영 성과를 위한 활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학자와 정책 담당자, 금융인뿐만 아니라 기업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주주가치론이나 이해관계자론에 대한 반론이 되는 것입니다.

8대 기업명제

1.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이다. 기업의 주인은 기업 자신이다.
2. 법인이 만들어지는 순간 기업의 소유와 통제는 근원적으로 분리된다.
3. 기업은 영속을 추구한다.
4. 기업의 존재 이유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5. 비즈니스그룹은 법인 간 자산 분할을 통해 확장한다. 다국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6. 기업은 적법한 범위에서 자유롭게 가치를 추구한다.
7. 좋은 경영 성과를 내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지배구조다.
8. 기업통제의 기본 원칙은 권리와 책임의 상응이다.

기업공개 때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것은 초기 발행가다. 앞으로도 경영이 잘되어 초기 매입가보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주주로 들어오는 것이다. 주주로 들어올 때 기업에게 앞으로 경영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일반 주주들은 그 기업이 그동안 주주 가치 극대화를 추구했건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했건 상관없이 상장 시점에서 그 회사의 주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주식을 사는 것이다. 만약 그 회사가 주주 가치 이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그 주식의 내재가치를 그만큼 할인해서 평가한 뒤 초기 발행가에 주식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130쪽

저자는 신장섭 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입니다. 경제학과 교수이면서 경제학에서 기업 본질에 대한 연구가 많이 사라진 지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원리를 알려주는 ’기업론’ 강좌가 많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보다는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의 추천으로 더 유명해진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대기업 재벌 오너에 대한 반감때문인지 법인실체론을 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법인이 나타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보지 않은 것이 문제 입니다. 그 문제를 다양한 근거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다 보니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그 설득력에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시대적 분위기, 사회 환경 때문에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 주주행동주의자 장하성 전 고려대 교수의 주장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장하성의 주장은 공정거래 정책의 논리를 제공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반박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토론의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셋째, 장하성의 주장은 기업명제 1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이다. 기업의 주인은 기업 자신이다”에 대해 무지하다. 기업명제 2 “법인이 만들어지는 순간 ‘자산분할’을 통해 기업의 소유와 통제가 근원적으로 분리된다”도 무시한다. “소액주주들이 바로 기업의 주인이다”라는 결론은 이러한 무지와 무시의 결과물이다. 이것은 총수가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제벌 비판을 출발했기 때문에 도달한 종착역이다. 대주주가 됐건, 소액주주가 됐건, 자연인이 됐건, 법인이 됐건 간에 주주는 주식의 주인일 뿐이다. 주식회사 제도에서 기업 소유권은 법인이 갖고 있다. 경영인 주주와 일반 주주 간에 기업통제를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일반 주주의 힘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동원된 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261쪽

책은 우리가 가진 기업에 대한 편견을 일깨워줍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법학, 경제학, 경영학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학술 논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인, 금융인, 정책 담당자, 법률가, 학자, 학생 등 다양한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술자료, 교과서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도 그 의도에 맞게 각계 각층에 필요한 당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 기업 생활을 하고 있는 사원과 최고경영자에게 바라는 이야기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가 왜 기업에서 일하는지에 대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고 어떤 원칙에 따라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지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19쪽

기업의 이데올로기로 ‘창조’, ‘도전’, ‘ 공영’을 이야기 합니다.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기업이 비판받아온 이유를 돌아보고 장기번영공동체가 되기 위한 기업 문화와 행동의 필요성도 꺼냅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통제 구조는 기업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해야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경영 수탁자에게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에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영 수탁자가 담당하는 일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아야만 기업인의 이데올로기가 제대로 확립될 수 있다. 어느 사람이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야지 자발적으로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고 창의력을 발휘한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돈만 열심히 버는 존재라고 자신을 규정해서는 자부심이 생길 수 없다. 자발성과 창의성이 나오기도 힘들다. 경영수탁자로서 부여받은 권력을 사익에 오용하려는 유혹에도 쉽게 빠진다. 미국에서는 스톡옵션을 많이 받은 최고경영자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는 눈감고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려 자신의 수입을 더 크게 늘린 사례들이 많다.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해 최고경영진과 일반 주주가 ‘불결한 동맹’을 맺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381쪽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에 자주 거론되는 ‘공정거래’, ‘경제민주화’, ‘스튜어드십 코드’ 등의 사회 분위기와 정책에 대해 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논리적인 근거가 알려주는 사실은 다양한 생각을 더해줍니다. 기존에 알고 있는 생각과 다른 생각을 더해 기업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게 됩니다. 기업도 자연인과 같이 성장해야 한다는 숙명을 가졌다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기업이 벌이고 실행하는 모든 것들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이 책을 읽었다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기업 문제에 대한 개혁을 멈추자는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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