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말하기와 글쓰기 비법

 

누구일까요?

“믿기지 않겠지만/갈등이나/고통없이/평탄하게/살아가는 사람들이/정말 있다./그들은 잘 차려입고/잘 먹고 잘 단다./그리고/가정생활에/만족한다./슬픔에 잠길 때도/있지만/대체로/마음이 평안하고/가끔은 끝내주게/행복하기까지 하다./죽을 때도 마찬가지라/대개 자다가 죽는 것으로/수월하게 세상을/마감한다./믿기지/않겠지만/그런 사람들이 정말/존재한다.”

힌트가 될지 모르지만, 이 글은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가 쓴 시 입니다. 제목을 듣고 나면 이 시는 비로소 완벽한 글이 됩니다.

제목은 중요하다.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고, 일견 모호하고 불투명한 책 내용을 선명히 해줄수 있고, 다면적인 글 내용에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목으로 인해 비로소 글이 완성되는 멋진 경우도 있다. 69쪽

위에서 소개한 시의 제목은 <외계인들> 입니다.

공부의 길은 지적 성숙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이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제목의 효용성을 말합니다. 제목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 더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내용을 잘 반영해야 합니다. 함축적이어야 합니다. 함축적이면서도 눈길도 끌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목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예를 든 <외계인>이라는 시는 제목이 가져야 하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저 | 어크로스 | 2020년 08월 26일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추석 풍경을 위트와 유머로 풀어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비판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체가 화제가 된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무엇인가’시리즈를 이어갈 모양입니다. 바로 이번엔 ⟪공부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 책에는 공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자는 미취학 아동 시절, 군 복무 시절, 유학을 앞둔 낭인 시절을 제외하고 한번도 학교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수업을 받은 제자로 부터 빡센 트레이닝 덕에 감사하다는 소리를 듣고 책을 만들어 나누고자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김영민 입니다.

철학자들은 일찍이 말한 바 있다.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Clarity makes people angry).26쪽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는 대부분 말하고, 글쓰는 법 입니다. 대학생활 자체가 말하고 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런 공부를 지적 성숙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공부의 길 입니다. 정확한 단어 사용, 개념 정의, 모순 없는 글쓰기, 논술문에서 모호함을 피할 것, 말뜻의 사회적 함의 이해, 제목의 효용 등입니다. 이렇게 1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말이 재정의되는 일은 한 사회의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좋은 대학’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볼까요? 오늘날 ‘좋은 대학’이라는 말은 대개 입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높다는 뜻이죠. 입학한 뒤에 받게 되는 교육의 내용이나 학생들의 체험에 대해서는 고려가 거의 없죠. 그러나 언젠가 좋은 대학이라는 말이 재정의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대학교육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따라서 입학시험 성적보다는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를 비교하여, 가장 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일 겁니다. 이런 식으로 좋은 대학을 재정의하게 되는 때가 오면, 이른바 대학의 서열이라는 것도 달라질지 모릅니다. 변화는 언제 올까요? 오기는 할까요?33쪽

2부는 공부하는 삶, 생애 주기, 기대효과, 심화 학습의 필요성을 알려줍니다. 3부와 4부는 공부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기초와 심화로 구분하였습니다. 3부가 기초입니다. 공부는 마음먹기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창의성도 필요합니다. 이런 힘을 기르기 위해 독서를 하고 서평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고 질문을 합니다.

이처럼 무용해 보이는 공부가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아마도 그런 공부가 죽기보다 하기 싫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그토록 하기 싫어한다는 것도 나름 인정해줄 만한 결기다. 공부가 하기 싫은 나머지, 공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일을 그는 해낼 수 있게 된다. 공부가 싫은 나머지, 숨 막히는 조직 생활도 해낼 수 있다. 심지어 매일 출근도 해낼 수 있다.88쪽

심화 방법으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영역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주제 선정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청중과 독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연구에도 계획이 필요하다고 연구 계획서 쓰는 법을 알려줍니다. 토론의 기술, 사회의 기술, 발제하는 법, 세미나를 즐기는 법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경험과 생각이 쌓여서 하나의 성채를 이루고 나면, 그 성 내에는 일정한 온실효과가 발생하여, 이런저런 입체적인 잡생각이 추가로 생겨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견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생각과 경험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기라는 덕목이 필요하다.133쪽

마지막 5부에서는 인터뷰 기사를 싫어 저자의 공부에 대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가르치는 공부의 철학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사실 콘텐트 전달은 책으로 하면 된다. 강의는 서로 얘기를 나누고, 헛소리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얘기로 번지는 과정에서 더 배우는 면이 있지 않나. 남녀 간의 만남도 한번 사귀어보자고 정면으로 스펙 교환할 때 사랑이 싹트는게 아니라 의외의 순간에 사랑의 감정이 생기듯, 배움의 순간도 원래 준비해온 콘텐트를 단순 전달하는 데서 생기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고, 그런 것들을 허용하는 수업 구성을 해왔다. 지금 환경에서 가장 큰 도전은 그런 게 어려워졌다는 점이다.252쪽

공부, 아니 말하기와 글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평생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계속 읽고 쓰고 논의하는 과정으로 인해 인간이 변화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문장에도 공감이 갑니다. 저자만의 담백한 유머, 위트가 있는 비판적인 시각, 이러한 문체로 인해 특정 팬이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뭔가가 확실히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문제와 미래의 교육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공부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 꾸준히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는 끝이 없습니다. 공부라는 것 자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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