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7년차, 매니저 1일차

‘매니저란 무엇인가?’ 라고 누군가 묻습니다. ‘연예인 매니저?” 라고 되묻습니다. 하기야, 연예인 매니저도 분명 매니저 입니다. 연예인의 가치를 높여 성공을 돕는 일을 합니다. 매니저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매니저는 팀원이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도전 과제를 찾아서 알려줘야 한다. 좋은 매니저라면 도전 과제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가 재미없고 매력적이지 않아도 그 일의 가치를 이해시켜야 한다. 매니저는 팀 목표라는 큰 그림에 팀원의 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팀원이 일상 업무에서 목적의식을 갖도록 북돋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할 때 평범한 일이 자부심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26쪽

우리나라의 IT 회사, 조직에 있으면 년수가 차면서 자연스럽게 개발 업무에서 관리 업무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만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파트나 팀을 맡아 조직을 이끌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이렇게 맡게된 조직의 가치를 높여 성공으로 이끄는 관리 기술을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개발 7년차, 매니저 1일차 개발만 해왔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팀’을 맡았다!
카미유 푸르니에 저/권원상, 한민주 역 | 한빛미디어 | 2020년 02월 04일

 

이 책은 개발자 VS 매니저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 개발자 관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 내 사수가 사수 역할을 못해서 내가 고생 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읽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미국 개발 회사의 관점에서 쓰여졌습니다. 저자가 미국인이라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책도 미국 회사에서 사용하는 직책을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에서 매니저는 비용만 축내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 업무 진척을 느리게 만드는 사람, 기술 동향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발을 하는 회사에서 좋은 매니저란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코딩하며 보내는 사람’이라고 하면 정답일까요?

테크리드가 된 뒤 나는 집중해야 할 것을 바꿨다. 기술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아이디어나 재밌는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대신, 팀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 권한을 부여할까’ ‘속도를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을 어떻게 치울까’가 관심사였다. 내가 가진 기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코드 재작성이나 새로운 기능 개발이 재밌겠지만, 그 당시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은 팀에 필요한 기술 부채를 해결하고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65쪽

일반으로 회사에는 개인에서 출발하여, 개개인을 관리하는 매니저를 거처 회사의 임원으로 성장하는 위계질서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리 체계와 구조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수평적인 조직과는 반대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계질서 속에서 성장할수록, 즉 임원을 맡게 될수록 책임감을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팀을 섬길 때 진정한 힘이 나온다고 합니다. 매니저는 ‘코치’이자 ‘지지자’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매니저의 첫 번째 목표는 전체로서 팀을 보호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팀원 개인을 지켜주는 것이고, 매니저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낮은 일이다.166쪽

매니징 기법으로 정립된 많은 이론들과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팀의 의사소통이나 리더십 차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프로세스에만 의존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프로세스 변경이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프로세스나 도구, 작업 스타일이 완벽히 동일한 팀은 없습니다.

자율성(autonomy)은 팀원이 자신의 업무 중 일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며 동기 부여의 중요한 요소다.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팀을 잘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자율성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사람이 자율성을 빼앗기면 즉시 동기도 사라진다. 스스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고, 모든 업무를 매니저가 이중, 삼중으로 확인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115쪽

저자는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라는 의류 대여 회사에서 CTO를 지냈다고 합니다. 해당 업체는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링 디렉터라는 메니저로 합류해서 회사를 떠날 때 까지 전형적인 경력 경로에 따라 성장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경험을 기록한 책입니다.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 글쓰기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결실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멘토부터 시작하여 CTO가 되기까지 각 직급에서 알아야 할 주요 주제와 교훈을 각 장별로 나눠 설명하고 있습니다. IT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후에 멘토링, 테크리드, 사람 관리, 팀 관리, 여러 팀 관리, 매니저 관리 그리고, 빅 리그 진출까지를 다룹니다. 뒤쪽으로 갈 수록 핵심 주제가 길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 장마다 각각의 직급에 맞는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경청을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말을 반복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 방법을 배운다. 받아쓰기를 잘하지 못한다면 연습할 필요도 있다. 기술적인 깊이나 매니저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과 경청을 잘못하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90쪽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주의사항과 더 좋은 해결 방법에도 귀 기울이게 됩니다.

많은 회사에서 직원들이 승진하기 전에 다음 수준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대리가 과장처럼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력한 수준까지 승진하려고 한다’는 피터의 원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팀에서 그 수준에서 행동하는 다른 사람을 위한 여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팀의 경력을 고민할 때 이를 기억해두자. 팀원들이 더 높은 직급에서 일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 팀의 성장 잠재력이 없다면, 이는 팀원 개개인들이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팀의 업무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132쪽

그 가운데 팀원간의 갈등을 표현한 한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한된 자원을 놓고 팀원들이 경쟁하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147쪽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하는 인용글을 소개하며, 자신의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문화 개선을 다룹니다. 회사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합니다. 구조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다양화되고, 어떻게 복잡하고 장기적인 업무를 수행할지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구조는 소프트웨어와 팀 그리고 프로세스에 적용됩니다. 훌륭한 기술 시스템 설계자가 시스템 구조를 파악하고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훌륭한 리더는 팀 구조와 팀 내 역할 관계를 파악하여 팀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장기 목표에 도달하고, 각 팀원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해가 지날 때마다 구조도 발전한다. 사실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저자 존 갤의 저서 『Systemantics』(Fontana, 1975)에 이를 설명하는 법칙이 있다.
단순하지만 작동하는 시스템만이 복잡계로 진화한다는 점에는 예외가 없다. 아무것도 없이 설계된 복잡계는 절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작동하도록 수정할 수도 없다. 반드시 동작하는 단순한 시스템에서 시작해야 한다.327쪽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핵심 가치를 적용하고 필요하면 문화 정책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합니다.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합니다.

문화란 사람들이 일을 완성하려고 생각하지 않아도 일이 완성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 프레데릭 라루(FREDERICK LALOUX), 『조직의 재창조』(생각사랑, 2016)330쪽

반박을 못할 것 같습니다. 추가로 하나 더 인용합니다.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저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청림출판, 2018)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팀이 개인의 이익보다 팀의 이익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할 때 ‘문화적 가치’를 사용하여 의사 결정을 한다고 소개한다. 이 통찰은 아주 강력하다.249쪽

즉, 문화는 회사의 가치 입니다. 문화를 가져야 하며, 하위 조직은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서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가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책의 많은 내용이 매니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질문과 지적질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것을 의식했는지 마지막 결론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먼저라고 합니다. 자신이 반응하는 방법,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일,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일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시간 부여 등이 필요하고, 이런 일에 시간을 가질 수록 더 나아진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조직의 위계질서를 위한 경로를 밟고 계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순간이 올 것 같습니다. 책의 원제가 ⟪The Manager’s Path⟫인 것처럼 차례차례 순서대로 분명 찾아올 것입니다. 한발 앞서 준비하고, 노하우를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사수에게 도움을 받아 매니저 업무를 무사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단 저도 그 경로에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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