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정부 입장정리 필요하다 : 디지털타임스 디지털 산책 (2018년 1월 5일 금요일)

가상화폐, 정부 입장정리 필요하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의 약진이 무섭다. 전세계 시장가치가 약 700조원 정도이니, 우리나라 주식 시가 총액의 약 절반정도 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초 20조원 규모였으니 1년 사이 무려 35배 정도 성장한 셈이다. 전 세계 약 3500여 종류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의 비중도 날로 줄어서 현재 37% 정도로 낮아졌고, 비트코인, 리플, 이러디움의 3대 가상화폐 비중도 63%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가상화폐의 다양성과 규모 양면에서 날로 증가하고 있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서 유래된 ICO(Initial Coin Offering), 즉 가상화폐공개를 미래의 수익 사업으로 인식한 국가들 (예, 스위스, 일본등)은 적극적으로 가상화폐의 기능 제고에 연일 혁신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화폐의 기능은 크게 매개(지불) 수단과 가치 수단으로 나눌 수 있겠다. 물물교환을 대신하여 공신력이 있는 화폐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를 매매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러한 가치들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하는데, 가상화폐만의 차별적인 가치도 더한다. 즉, 안전한 가상 인프라를 통한 보안 위험으로 부터의 안전(가치 저장의 안전성), 빠른 결제 속도(특히, 가맹점이 많을 경우 결제수단으로서 네트워크 효과 증대)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전 세계 구매 화폐가 엔화, 달러에 이어 원화가 세번째로 많아 경제 규모에 비해 원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김치 효과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가치가 20% 정도로 높아 국내에서의 관심의 열기가 유독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이라는 불법으로 다루되 예외적인 경우(거래소가 일정한 보호장치를 마련한 경우) 허용하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고(관련해 12월 15일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워원회의 자율규제안 발표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4차 산업 시대 금융시장 성장 측면에서 기술 및 금융 시장의 성장과 투기의 부작용을 시정하는 균형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가장 강력히 보수적인 입장에서 가상화폐를 투기광풍으로 인지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월 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 차관회의를 통해 조정된 의견을 내놓은 ‘가상통화 특별 대책’를 살펴보면, 안전한 거래를 위한 거래소 기능의 강화를 요구함과 동시에 실명제를 통해 투기 분위기 안정화에 많은 역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보다 원칙적인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즉, 현재의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은 화폐의 가치에 대한 원론적 이론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투기의 면모가 강하지만, 이러한 투기의 위험을 시정할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가상화폐의 긍정적인 측면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트라우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과거의 정부 정책 마인드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다.
우선, 가상화폐 자체가 글로벌한 상품이라는 점이고, 미국 금융 기관조차 최소한의 일반 상품으로서 현물 및 선물 거래를 대비하는 등 상당한 규모의 이해관계가 이미 형성돼 버렸다는 점이다. 당장 연초 신규 계좌 개설이 금지되면서 개인 재산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걸 보면, 가상화폐의 거래 및 유통에 대한 규제만으로는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중장기적 포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가상화폐의 활성화는 법정화폐의 여러 문제점, 특히 투명성 제고의 의미도 상당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위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제공하던 전통적 가치 이외에 사회적 투명성 제고라는, 어쩌면 가장 근본적이고도 통제 불가능한 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 4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량은 가상화폐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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