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PA 방식 : 전자신문 박재민 교수의 Fun한 기술경영 (2017년 7월 19일 수요일)

DARPA 방식

 

건국대 기술경영학교 교수

 

인터넷·GPS부터 스텔스·드론까지 기술 혁신의 메카 ‘DARPA’의 비밀 뚜렷한 목적과 가치 블루오션을 찾아

 

조그만 종이 한 장에 더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려질때가 있다. 1969년 어느 날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한 연구팀은 데이터 공유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연구팀이 네 곳에 나뉘어 있다는 것. 각각은 캘리포티아대 로스엔젤레스(LA) 캠퍼스와 샌타바버라 캠퍼스, 스탠퍼드 리서치 인스티튜트와 유타대에 위치해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서로 호환성이 없었다. 어느 날 간단한 메시지와 통신 경로 정보를 묶어 송수신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아파넷(ARPANET)이라 이름 붙인다. 한때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라 불린 고등연구계획국(ARPA)이 만든 네트워크란 의미였다. 이것은 오늘날 인터넷으로 불린다.
우리말로 풀면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라 부름직한 이것은 기술 혁신의 메카다. 1959년 설립됐으며, 기술 혁신의 보옥이라 불린다. 인터넷, 리스트(RISC) 컴퓨팅, 위성항법장치(GPS), 스텔스 기술, 드론과 무인항공기, 탄소섬유, 인공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멤스)까지. 이곳의 기술에는 에어백에서 잉크젯프린트, 스마트폰이나 위(Wii) 같은 비디오 게임, 다빈치라 불리는 로봇 수술 시스템까지 숨어 있다. DARPA는 어떻게 이런 급진 혁신(radical invention)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리기나 두건 구글 부사장과 케이엄 가브리엘 DARPA 부국장은 DARPA 방식에 몇 가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놀라운 경제성이다. 조직과 예산은 생각보다 검박하다. 고작 100면의 프로젝트 메니저에다 운영 직원은 120명 남짓이다. 둘재 스페셜 포스 방식이다. 연구원들은 여기저기서 찾아낸 계약제다. 대학, 기업, 연구소, 정부기관, 비영리 기관까지 문제될 것이 없다. 셋째는 야심 찬 목표다. 이곳의 프로젝트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찾기에 목표를 뒀다. 넷째는 임시 연구팀 꾸리기다.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가능한 한 최고 전문가를 찾았다. 대학이나 기업이든 가리지 않았다. 최고 능력자로 구성된 작은 집단과 짧은 연구 기간은 협력 및 집중을 가능하게 했다. 다섯째는 독립성이다. 정부기관이지만 프로젝트 선택부터 운영까지 자율성을 띠고 있었다.
두 저자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숨은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파스퇴르 사분면’찾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과학으로부터의 사회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 루이 파스퇴르의 연구도 그랬다. 그는 미생물학자였고, 새로운 과학 접근 방식의 발견을 탐구했다. 그러나 질병 퇴치란 목적을 향했다. 그래서 결핵, 탄저균, 광견병, 살균법을 다뤘다. DARPA 역시 마찬가지였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수천 가지로 응용가능한 기초 지식을 모아 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DARPA방식의 특징이었다.
한번 우리주변을 돌아보자. 우리 프로젝트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너무 단기 목표는 아닌지. 뚜렷한 목표 없이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 저자가 말하는 DARPA 방식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당신의 연구는 충분히 가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까?” “분명한 문제 해결 목표를 두고 있습니까?” 이 두가지 가운데 전자만 맞다면 굳이 연구실로 가져올 필요가 있겠느냐로 말한다. DARPA 방식은 그래서 ‘보어 사분면’이라 부르는 공간과 ‘에디슨 사분면’이라 부르는 공간 사이에 묘하게 자리 잡고 있다. 더 큰 가치가 남아 있는 공간. 어쩌면 DARPA는 이곳에서 블루오션을 찾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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