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커버그 ‘진심’을 말해다오 : 디지털타임스 데스크 칼럼 (2017년 10월 16일 월요일)

주커버그 ‘진심’을 말해다오

 

강은성 정보통신콘텐츠부 차장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만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곧 만나길 희망한다’며 주커버그의 러브콜에 화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참 훈훈한 광경이다. 그런데 주커버그가 문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그 5월,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코리아가 초고속인터넷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들이 인터넷 접속에 큰 불편을 겪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현재 KT의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KT에는 소정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답변이다. 나머지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와 협상해 중계 접속을 하라는 식이다. SK브로드밴드는 “KT측과의 상호접속이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이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고 이로 인해 추가 망 증설이 불가피한 만큼 이용 대가를 내야한다”는 입장을 폈고, 이에 페이스북코리아는 KT에 붙어있던 SK브로드밴드의 접속 경로를 끊어버렸다.
즉각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회사 가입자들은 인터넷 접속이 되질 않고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회사 측에는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고, 이에 SK브로드밴드는 값비싼 국제회선을 증설해 급한 불을 껐다.
중요한 점은 페이스북코리아 측이 캐시서버와의 연결을 끊었을 때 해당 사업자의 인터넷 망에 ‘어떤 일’이 발생 할 것인지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점이다.
캐시서버 연결이 끊어진다면 즉각 인터넷망 전체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로 인해 애먼 이용자들이 인터넷 접속 장애 등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만약 페이스북코리아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캐시서버 연결을 끊었다면 이용자들을 볼모로 국내 통신사와의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끌고 가려 한, ‘심각한 국내법 위반’을 저지른 형국이다. 혹시 이런 사실이 발생할 줄 몰랐다면 페이스북코리아는 그야말로 ‘바보 집단 인증’이다. 하지만 이 변명도 먹히지 않는다. 만약 몰라서 이같은 했다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즉시 캐시서버에 연결된 라우터를 복구하고 서비스를 원상태로 돌렸어야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연결을 차단한 이후 현재까지 끊어놓은 상태다.
지난 5월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실조사 방침까지 알려지자 마크 주커버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나고 싶다’는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주커버그가 이 사실을 무마하거나 매듭을 지으려고 대통령까지 만나자고 요청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터다.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가상현실(VR) 기반 서비스인 ‘페이스북 스페이스’가 전세계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 서비스를 테스트 할 수 있는 곳은 광대역 이동통신 LTE와 광랜 전국망 커버리지가 99.9%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페이스북을 적대시하는 중국이나, 커버리지가 열악한 유럽시장에서의 테스트는 언감생심이다. 주커버그의 모국인 IT강대국 미국조차 LTE나 광랜 전국망 커버리지는 70%에 미치질 못한다. 결국 페이스북이 구글을 누르기 위해 준비한 차세대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해 보려면 한국 시장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페이스북 스페이스가 실행되면 국내에서의 페이스북 트래픽은 현재의 수배이상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여전히 망 이용 대가를 어떻게 지불하겠다는 방침도 없다. 혹시 이 회사는 주커버그라는 유명인이 대통령 만나 사진 한 번 찍어주면, 공짜로 망을 이용하고 마음껏 실험을 해도 한국인들은 그 사실만으로 영광스러워하고 감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진심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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