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가 가야할 길 : 매일경제 매경포럼 (2019년 1월 3일 목요일)

제로페이가 가야할 길

매경포럼

윤경호 논설위원

정부가 선수로 직접 나서고 민간 제한하는 건 불공정 하다
사용자 소비자 다 만족시키려면 공유플랫폼 도입이 답이다

지난해 세모 턱밑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제로페이는 미안하지만 속 빈 강정 같다. 판매대금이나 서비스 요금이 소비자로부터 사업자 계좌로 바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스마트포능로 QR코드를 일도록 해 이뤄진다. 결제 대가로 사업자들이 내야하는 수수료가 제로다. 연매출 8억원 이히먄 0%, 8억원 초과면 02.~0.5%인데 제로라는 구호 덕분에 주목을 끌었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영세 중소자영업자에게 카드 우대수수료율을 확대하고 부가가치세 세액 공제 혜택을 줬다. 연매출 3억원 이하엔 매출세액 공제를 통해 카드 수수료를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게 했따. 이미 부담을 덜어줬으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등을 돌린 중소상공인들을 한번더 위무하는 조치로는 제로페이가 그럴듯하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맨 먼저 총대를 멨다. 부산시나 경상남도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동참했다. 정치인 출순 홍종학 장관의 중소상공인을 위한 제로페이로 포장됐다. 서울시는 시범서비스 홍보에 3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많 ㅕㄴ장에서 들리는 평은 썰렁한다. 서울 지역 가입률은 3%에 그친다. 2만개 매장에 깔았다는데 파라바게뜨나 롯데리아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정을 빼면 확 줄어든다. 중기벤처부와 서울시 공무원들이 뛰어다니며 가입을 권유 중이나 사업자들은 시큰둥하다. QR코드 설치나 결제를 위한 뱅크페이를 까는 데 비용 부담이 없는데도 외면한다. 현행 방식의 제로페이는 변형된 형태일 뿐 정부의 시장가격 통제에 다름 아니다. 제로페이 구축에 드는 비용은 은행과 결제업체들에 떠넘겼다. 금융결제원에 위탁한 초기 플랫폼 구축비만 39억원이었고 매년 35억원씩 운영비가 든다. 은행들은 받아야 할 이체 수수료를 안 받는다. 전국으로 확대되면 민간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게다. 지난해 카드 수수료 삭감분 1조 4000억원이 카드회사들에 전가된 바 있는데 축소판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소득공제 40% 혜택을 부여했지만 직불카드를 써야만 적용된다. 연소득 5000만원 급여자가 2500만원어치를 제로페이로만 써야 최대 4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는다. KB, 우리은행 등 10개 은행은 자사 뱅킹앱으로 가능하지만 하나은행 등 10개는 은행권 동동앱인 뱅크페이여야만 된다. 소비자는 제로페이를 택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쓸 때 받는 즉시 할인이나 캐시백 같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전체 이용카드 중 79%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제로페이에 신용카드 결제를 퐘하지 안는 한 그들만의 리그에 그치고 말 게 뻔하다.
제로페이를 안착시킬 해법은 없을까.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시스템은 없나. 답은 있다. 모바일 결제와 마찬가지로 공유 플랫폼을 채택하면 된다. 제로페이의 결제 방식에 공유플랫폼을 도입하면 가맹점이 대금 결제를 위해 금융사나 벤에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는 범용 앱 하나만 깔면 된다. 직불 카드나 체크카드가 아니어도 이미 쓰는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할인 쿠폰이나 멤버십도 통합 관리된다. 공유플랫폼에서는 기술적으로 모두 가능하다. 국내 모바일 결제에 이미 쓰이고 있는 공유플랫폼인 유비페이는 공공기관인 우체국에서 채택해 포스트페이라는 이름으로소비자들에게 가가가 있다. 수원시와 인천시 전통시장 내 점포에서도 쓰이고 있으니 검증도 필요 없다.
제로페이를 내세워 정부가 직접 플랫폼을 새로 짜고 특수목적법인 형태의 결제회사를 만들어 운영을 맡기려는 것은 위인설관밖엔 안된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금융공동망 이용을 강제하는 건 장벽을 치는 행위다. 다양한 민간기업 참여를 봉쇄해서는 안된다.
기존에 개발돼 있는 민간 플랫폼 누구에게나 길을 열어주고 가맹점과 이용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불과 결제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놓은 기업들이 차별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심판역할에만 그쳐야지 직접 선수로 나서서는 안된다. 소상공인 제로페이에 달려든 중기벤처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제로페이가 성공하려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공유플랫폼을 도입하면 다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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