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너지는 의무다 : 디지털타임스 데스크 칼럼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신에너지는 의무다

 

이근형 산업부장

 

지난 14일 오전 경주 시내 한 호텔서 한국 에너지 사에 의미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은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의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모두 멈추게 됐다.
전날 한수원 노동조합과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했던 이사회 의결을 하루만에 강행해 논란거리를 남겼지만,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국가인 대한민국이 탈원전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수원은 앞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간 논의해 신고리 5·6호기의 계속 건설 여부를 결정한다. 결정이 어떻게 난다고 해도 국가 차원에서 탈원전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원전과 탈석탄을 선언했다.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30년 이상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멈췄다.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원의 20%를 신에너지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로 간 국가 에너지 정책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기로 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만만치 않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 확산을 막기 위한 경유세 인상안은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 탈원전 정책 역시 수십만에 달하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앞으로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나마 탈석탄은 환경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반대 세력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과 석탄 같은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성장해 온 한국의 산업 구조에 맞지 않는 신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3배 이상 인상돼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을 바꾸려는 의지는 굳건해 보인다. 국가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친환경 에너지 전문가를 선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 산업부 장관 앞에는 한참 거꾸로 간 국가 에너지 정책을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마피아’, ‘원전 마피아’가 장악한 한국 에너지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들의 위협과 눈속임을 차단하고 과감한 결단을 해야 신에너지 시대를 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왜곡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 에너지 수급계획부터 새로 짜야 한다.
세계 주요국은 탈석유, 탈석탄, 탈원전을 외치며 신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오는 2030년 이면 주요 20개국(G20)의 에너지원에서 신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세계 평균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3.7%다. 이에 비하면 우리 에너지 산업 구조는 지나치게 구시대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에너지원 중 석탄의 비중은 39.6%, 원자력은 30%로 국가 에너지원의 3분의 2가 넘는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이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우리도 당당한 협약 체결국이다. 원자력이나 석탄은 당장은 싼 연료이지만 처리비용까지 넣으면 오히려 더 비싼 연료다. 온실가스나 미세먼저 배출 문제, 핵 안전사고 우려 등도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 화석연료는 바닥이 멀지 않았다. 원전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지금의 에너지 정책이다. 신에너지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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