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보폭

인간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이 때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있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들도 그 뜻을 이해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생각의 단절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생각의 확장이 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와 같은’이라는 말은 ‘정의’의 견고함을 버리게 됩니다. ‘~와 같은’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설명을 듣는 사람은 다시 해석을 하여 발상을 일으킨다는 논리입니다. 추상은 사고를 요구합니다.

 


생각의 보폭 구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위한 추상적으로 사는 법
모리 히로시 저/박재현 역 | 마인드빌딩 | 2018년 11월 01일 | 원서 : 人間はいろいろな問題についてどう考えていけば良いのか

 

객관적인 사고법과 추상적인 사고법은 꽤 비슷하다. 실제로 다를 때도 있지만 지향하는 자세는 거의 같다. 객관적이면 저절로 추상적이 되고, 또 추상적인 것을 추구하면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22쪽

저자의 프롤로그 보다 번역자의 글이 먼저 나오는 책입니다. 또 저자의 에필로그 뒤에 출판사 기획책임자의 글도 보입니다. 이 두사람의 글이 이 책의 성격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책의 서문과 차례를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이 책은 번역자의 안목으로 태어난 책 같습니다.

책을 온라인으로 많이 구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땐 기대에 한껏 부풀어 주문을 했지만, 그저 그런 책인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그러겠거니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보면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후자의 경우입니다. 책 제목을 보고 창의력을 키우거나 생각을 확장하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주겠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것을 강조하는 시대에 추상적이 되어라고 말하는 책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조차 억지스럽지는 않습니다.

왜 이렇듯 구체적인 정보를 버리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무엇이 본질인지’를 보다 쉽게 알 수 있고, 다른 다수의 것에도 공통하는 일반적인 개념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34쪽

책의 저자는 나고야 국립대학 공학부의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소설을 써서 작가 데뷔를 한 모리 히로시 입니다. 51세에 은퇴를 하였습니다. 13년간 무려 280여 권의 책을 쓴 작가 입니다. 교수생활이 작가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고, 작가생활이 교수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는지에 대해 저자는 ‘분산사고’라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집중력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패션에는 유행이라는 게 있다. 올해는 무슨 색이 유행한다는 정보가 널리 유통된다. 어째서 그런 정보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모두 같은 것을 사는 게 생산자로서는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또 판매자도 어떻게 팔면 좋을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서 유행을 모르는 사람은 ‘시대에 뒤처지는’사람으로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는 양 날조된다.62쪽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글 꼭지가 있어 조금 긴 글로 적혀 있습니다. 제1장은 구체에서 추상으로 생각의 보폭을 키운다 입니다. 추상적이라는 것 자체가 사물의 본질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유로이 생각하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2장은 생각의 보폭으로 보는 인간관계를 말합니다. 현실의 인간은 복잡합니다. 구체적인 것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더 구체적이 됩니다. 인간관계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 어떤 사람을 관찰하고 거기서 몇 가지의 추장적인 ‘유형’을 이미지 했다고 가정해보자. 대략 ‘이 사람은 이러하다’고 꿰뚫어 봐도 때때로 그 인물이 그 유형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할 때에 ‘아아, 이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느끼고 결국에는 모델화할 수 없는 현실의 인간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닫게 된다.82쪽

제3장 생각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너무 편리해서 생각할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스스로 자신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조금씩 바꿔보고, 비유할 수 있는 것을 연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4장 추상적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은 본인의 경험을 풀어놓습니다. 구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상을 하고, 체험을 통해 흥미를 느끼면 된답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치여 바삐 살지 말라고 합니다. 제5장은 생각의 정원을 만든다라는 제목입니다. 논리적인 사고로는 풀 수 있는 문제가 드물다고 합니다. 발상과 논리적 사고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작은 일을 관과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수 밖에 없다고도 합니다. 이상을 목표로 하는 즐거움을 말합니다.

그런 것은 그저 이상론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이상론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상을 목표로 삼는 것이 객관적이고 추상적인 사고의 목적으로, 내 이상이기도 하다. 이상이 나쁠 리 없다. 나쁘다면 그것은 더이상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26쪽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벗어나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글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추상적인 사고 방식은 답을 한정짓지 말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추상적인 사고방식이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해여 이제껏 힘주어 말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당시는 일시적으로 ‘깨달음’과 흡사한 감각을 맛본다. 그 감각을 자신의 힘으로 제로부터 얻기 위해 도전할 마음에서 책을 읽는다면 분명 얻는 게 있을 것이다.107쪽

정답이 없는 세상, 이제는 이런 사고를 통해 많이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생각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한 시도가 보입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명확히 책의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머리에서는 저자가 이야기 하는 뭔가가 맴돕니다. 이것이 아마 추상적 사고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제 ⟪人間はいろいろな問題についてどう考えていけば良いのか⟫ 보다 한국어 책의 제목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생각의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 왜 이렇듯 구체적인 정보를 버리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무엇이 본질인지’를 보다 쉽게 알 수 있고, 다른 다수의 것에도 공통하는 일반적인 개념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page 37)
  • 이 같은 발상, 즉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는 ‘생각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두뇌활동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안다’는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지만, ‘계산한다’ ‘논리적으로 이끌어낸다’ ‘방법을 적용한다’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떠올린다’ ‘적당한 것을 선택한다’는 평소의 사고방식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page 50)
  •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는데, 이것은 결국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하고 상상하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보통은 꽤 어렵다. 원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생대의 입장에 있다는 증거로 이미 ‘만일 나였다면······’이라고 상상하는 상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page 96)
  • 예술의 본질이란 눈앞에 있는 작품과 자신과의 관계이다.(page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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