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2

대체 디자인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라는 질문을 통해 디자인은 원래 우리들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갈수록 디자인은 홍수처럼 불어나는데 그 물길은 한정된 수로를 비집고 흘러 예정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폐수가 되어버리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생겨나 걸어온 길과 그 길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디자인이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알기 쉬운 말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디자인 캐리커처』가 디자인이라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디자이너의 진로를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사전 지식을 요약하고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의미였다면 『더 디자인』은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하는 디자인의 개념 보여주기가 아닌 이제까지의 디자인이 각각의 항목에서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모양으로 명멸했는지를 더듬는 회상이 될 것 같다.

십년이 채 안 되어 디자인에 쏠렸던 시선이 분산되고 관심도가 하락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놀라운 학습 능력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지던 것들을 대중의 논높이로 끌어냈다는 것입니다. 짧은 기간에 디자인을 보고 읽는 방법을 채화할 수 있었습니다.

 


더 디자인 2
김재훈 저 | 21세기북스 | 2019년 05월 21일

 

위 두개의 글은 같은 책, 같은 저자가 쓴 책의 서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하나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의 책에서 적은 글이며, 또 하나는 개정증보판에서 적은 서문입니다. 느낌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하는데, 책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디자인이 바꼈습니다. 크기가 커져 여백이 더 많이 보입니다. 양장 형태로 가능한 넓게 펼쳐볼 수 있는 형태에서 일반 책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만화 내에 쓰였던 명조체의 글씨가 고딕체로 바꼈습니다. 책의 가격도 올랐습니다.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꼭지들은 빼고 새로운 꼭지를 추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전과 지금 대중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경되었습니다. 그 인식의 변화는 저자가 바라던 방향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성격도 바꼈습니다. 지식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회상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에 대해 2페이지 내외의 일러스터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새로움일 수도 있고 회상일 수도 있습니다. 세기를 선도한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낯선 디자인의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알려줍니다. 디자인의 범위까지도 알게 됩니다. 디자인이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디자인의 역사까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해 캐리커처라는 형식을 빌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고자 했던 사람은 김재훈 입니다. 텍스트를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테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신문사에 기고하던 원고가 글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이 쌓이고 쌓여 한권의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0년뒤 그 책을 또 한번 개정하여 이렇게 다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래 살아남는 책이 있듯이 일러스트도 오래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구성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게 분류가 잘 된 것 같습니다. 첫 출간되었던 책의 나열식 구조보다는 찾아보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읽어 오는 책이 아닌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기가 쉬워진 것입니다. 단순하게 현재에 맞게 수정했다는 개정증보판의 의미가 아니라, 많은 부분 신경을 쓴 것이 이 부분에서 느껴집니다.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시리즈로 소개되는데 계속해서 좋은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회상의 개념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다만 지식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회상하였습니다. 그때 읽었던 그 느낌을 그대로 기억하고, 서로 비교도 해보면서 틀린 부분을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한권의 책을 여러 번 읽을 때의 느낌도 꽤 괜찮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새로움을 통해 지식을 쌓고, 회상을 통해 그림을 기억하는 것. 출판사에서 기획한 의도대로 만화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책표지의 글이 거짓은 아닙니다. 만화로 읽는 현대 디자인의 지도를 정말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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