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價<원가>에 대한 몰이해 : 한국경제 다산칼럼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原價<원가>에 대한 몰이해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딱 10년 전이다. 뛰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정부가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려 했던 일 말이다. 그런데 요즘 또 다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투기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높다며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고말했으며,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닭고기값이 비싸다며 원가 공개 추진을 얘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원가 공개 방안을 보고했다.
왜 이런 이야기들이 반복돼 나오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재화의 가격은 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경제학 지식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궁극적인 요인은 소비자의 수요다. 사람들이 비용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오해하는 것은 실제로 기업이 원가에 마진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것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이 원가에 마진을 붙여 가격을 책정하는 것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이 마진을 무작정 붙이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업이 마진을 10%를 붙이든, 20%를 붙이든, 심지어 100%를 붙이든, 그것은 기업 마음이다.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게 하는 것은 소비자다. 예를 들어 원가에 100% 마진을 붙여 내놓은 가격에 그 재화를 사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가 이하 가격에서만 구입하겠다고 한다면 그 기업은 이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보고, 실현된 마진은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마진을 정할 때는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고려하고 예측해 붙이는 것이다. 그 예측이 맞으면 이윤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원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원가가 동일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디자인, 색상, 판매자의 서비스와 홍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제품 가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은 그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원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재화가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에 있다. 소비자는 원가가 같더라도 서비스, 디자인, 포장, 색상 등이 마음에 드는 제품에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것이다.
같은 자재를 써서 원가가 동일한 아파트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아파트 형태, 색상, 실내 배치나 장식 등 건설사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하면 얼마든지 분양가는 달라질 수 있다. 원가와 관계없이 닭고기도 브랜드 포장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통신비 역시 통신사의 각종 서비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가는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비용은 얼마만큰 생산하느냐에 따라 잘라진다. 왜냐하면 생산에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생산비가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나 그 반대인 ‘규모의 비경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닭고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kg당 부담해야 하는 생산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절반만 생산한다면 그 생산비용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원가라는 것은 생산량에 따라 변동하므로 원가라는 데이터는 사실상 무의미 하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원가 절감 노력을 한다. 건설사들은 비용이 덜 드는 질 좋은 시멘트, 목재, 철근 등의 원자재를 확보하려고 하고 치킨사업 사업자와 통신사 역시 자신들의 산업에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과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한다. 이런 원가 절감은 기업의 영업 비밀이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 비밀을 밝히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원가 공개 규제는 기업의 창의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쇠퇴시킬 것이다. 그로 인해 산업과 경제가 후퇴함은 물론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법과 규제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이들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으면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 진다.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국민들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경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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